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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정부가 국민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9 18:10

수정 2021.07.29 18:10

[fn시평] 정부가 국민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최근 발표되는 코로나 관련 정책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마련된 정책을 발표해서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국민을 신뢰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처음 겪는 상황이고, 고된 일에 지쳐 있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 백신 해외접종자의 자가격리 면제정책이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경우 정부가 정한 사유에 한정,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 있는 가족 방문, 관광 또는 출장 기간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하고 귀국하는 경우 격리면제가 될까? 안될까? 지금까지 발표된 질병관리청 지침에는 된다 안된다고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된다는 사람, 안된다는 사람 내용이 다 다르다. 휴스턴 영사관은 해준다는 후기도 있었다. 휴스턴 영사관 홈페이지에 갔더니 무비자(ESTA)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도 해준다고 돼 있다. 하지만 언론에는 백신 관광객은 귀국할 때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정부 지침에서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뉴스나 블로그의 실제 경험을 찾아보는 상황도 참 답답하다.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에 전화해 문의했다. 콜센터 직원은 앵무새처럼 지침에 있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 그 이상의 답변은 들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질병관리청 지침이나 사례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더 문제다.

백신을 외국에서 접종한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에게는 자가격리 면제가 적용되고 내국인은 안 된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똑같이 백신을 맞았는데 왜 내국인은 적용이 안 되나? 내국인은 무조건 국내에서 백신을 맞아야만 자가격리가 면제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 조치다. 바이러스 확산을 염려해 제한하는 것이라 해도 '그러면 재외동포는 왜?'라는 질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우리 국민에게 국내에서만 백신을 맞게 하여 접종률을 높이려는 얄팍한 수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주변에서 지인이 말한다. "만약에 인정해주면 국내에서 맞는 백신보다 안전성이 높은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맞으려고 해외관광이 증가할까 염려되어 그런다"는 것이다. 왜 백신을 맞으려고 코로나를 무릅쓰고 해외까지 가려 할까? 국민이 원하는 안전성과 면역성이 높은 좋은 백신을 충분하게 구하지 못한 정부에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해외든 국내든 접종한 국민이 늘어나면 국내 백신부족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정부 부담 없이 집단면역이 증가하는 긍정적 결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을 신뢰하지 않으면, 국민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 생활을 피폐하고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내가 아는 행정학 교수는 공무원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권위주의 시절의 정부는 국민을 통치와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했지만,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는 국민을 고객으로 섬기고 신뢰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그 교수의 말처럼 정부의 현재 정책이 이런 자세로 국민을 대하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국민의 요구가 합당하다면 정부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화답해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했는지만 확인된다면 자가격리 면제가 답이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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