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오너 공백 틈타 경쟁사들 총공세… 삼성 '불안한 초격차' [삼성 상반기 매출 역대 최대]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9 18:17

수정 2021.07.29 18:17

글로벌 반도체기업 합종연횡 속
스마트폰 경쟁력 위기 커지는데
해외 신규공장 등 의사결정 차질
내년 경영계획 수립 두달 남아
이재용 가석방 여부에 촉각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2·4분기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으로 2·4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9일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 매장 사진=김범석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2·4분기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으로 2·4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9일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 매장 사진=김범석 기자
최근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스마트폰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총수 공백 장기화로 골든타임을 실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몇 년 새 삼성의 초격차(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 전략이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으로 의심받는 처지가 됐고, 해외 신규 공장과 백신 위탁생산 등 의사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미래는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여부가 코너에 몰린 삼성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 공세에 코너 몰린 삼성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대규모 신사업 투자, 정부 지원 등을 등에 업고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업분야는 이 부회장이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최근 삼성의 반도체 라이벌인 인텔이 300억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세계 3위 파운드리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미국·세계 3위) 인수에 착수하면서 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텔은 앞서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200억달러(2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급기야 지난 27일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4년 내 삼성을 따라잡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다. 인텔은 퀄컴과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를 처음으로 유치했다고 밝히면서 2위인 삼성을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에선 대만 TSMC와 인텔(글로벌파운드리) 사이에 낀 '넛 크래커' 신세다. 이 구역 절대강자인 TSMC는 "삼성이 10년 내 TSMC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대놓고 평가절하했다. 설비투자와 인력 규모, 기술력, 연구개발(R&D) 성과, 고객사 등 어느 것을 놓고 봐도 삼성과 비교 불가라는 것이다. 특히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경영철학은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약점을 그대로 저격한다. 이 말은 삼성과 달리 자신들은 팹리스 기업들이 기술유출에 대한 걱정 없이 믿고 제품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주장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해마다 파운드리 분사설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건설과 관련한 최종 입지를 공식화하지 못했다. 주요 계열사 중에선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신규 공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위탁생산 등 조단위 의사결정들이 이 부회장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에 선 삼성과 이재용 역할론

이날 삼성전자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아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부사장이 언급한 '불확실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이 첫째로 꼽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인공지능(AI)·5G·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M&A 검토를 거의 마쳤고, 마지막 의사결정만 남겨둔 상태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130조원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도, 2016년 하만을 끝으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에는 1조원 이상의 M&A를 단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동안 전장과 반도체 업계에서 몇 차례 대규모 M&A가 추진됐지만, 총수부재로 인한 부담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메모리와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도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에 되레 기술 초격차를 당해 자존심을 구겼고, 스마트폰은 갤럭시 플래그십 브랜드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자체 경영진단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부재 동안 최고경영자(CEO) 간 각자도생 마인드가 커졌고, 단기성과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그룹 전체의 사업을 크게 보고 짜임새 있게 조율할 총수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52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 지원책을 내놓은 가운데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여부는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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