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대선 끝나면 다시 취준생… '만27살' 딱 좋은 나이 아닌가요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3 18:42

수정 2021.08.03 18:42

<7>
"나는 국대다" 95년생 제1야당 대변인 양준우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이력 생겨
두루뭉술한 정치 화법 쓰지 않고
당 논평에 확실한 메시지 담을 것
같은 20대라도 초반·후반 다른데
MZ세대 하나로 묶어 분석하는 건
큰 의미 없어… 개인 성향으로 봐야
노동인구 줄면서 우리 사회 흔들려
저출산 문제, 대선 최대 화두됐으면
국민의힘 대변인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를 통해 제1야당의 입 역할을 맡게 된 양준우 대변인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업준비 스트레스를 컴퓨터게임으로 푸는 20대 청년이었다. 그는 "6개월 뒤 대선이 끝나면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국민의힘 대변인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를 통해 제1야당의 입 역할을 맡게 된 양준우 대변인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업준비 스트레스를 컴퓨터게임으로 푸는 20대 청년이었다. 그는 "6개월 뒤 대선이 끝나면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달 전까지 집에서 취업 준비의 스트레스를 컴퓨터게임으로 풀던 20대 청년이, 국회에서 논평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며 당 지도부를 따라 전국을 누빈다. '유쾌한 일탈'을 즐기는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26)이 그 주인공이다.
친구들은 "어떻게 쟤가 국민의힘 대변인이냐"며 '찐한 우정'이 담긴 장난을 치지만, 그는 141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자타공인 실력자다. 양 대변인은 지난달 5일 방송으로 생중계된 국민의힘 대변인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 지원해 최후의 4인에 선발됐다. 대변인 토론배틀은 헌정사 최초의 30대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의 1호 공약이었다. 그간 모든 정당에서 대변인단은 당대표가 직권으로 지목해왔지만, 공정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대변인을 선출,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배제하는 쇄신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대변인단 4명 중 3명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로 꾸려졌다. '청년 대변인을 뽑은 것이 아니라 뽑아보니 청년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3일 국회에서 만난 양 대변인에게는 토론배틀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 차분함과 여유로움, 당당함이 모두 느껴졌다. 대변인 임기를 채우고 대선이 끝나면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내년 대선이 끝나면 27살이다. 취업하기 딱 좋은 나이 아닌가"라며 호기를 보였다.

대변인이 된 지 한 달, 그는 업무 만족도에 80점이라는 다소 후한 점수를 줬다. 임기는 6개월로 그리 길지 않지만 '정권교체하고 나는 떠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며 야당 대변인으로서의 뚜렷한 목표의식도 드러냈다. 국회에서 세대차이 나는 '꼰대'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술자리를 가져봐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전무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차차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서동일 기자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서동일 기자


―대변인 된 지 한 달이다. 해보니 어떤가.

▲업무 만족도는 80점이다. 논평도, SNS도 굳이 당에서 규제하지 않는다. SNS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당 논평도 수정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정신없을 것 같은데.

▲'당번 대변인'이 아닌 날에는, 정치적 이벤트도 없으면 정말 여유가 많다. 그런 날이면 기자들과 식사하고 정치·사회 이슈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전부다. 반면 바쁜 날은 정말 말도 못한다. 주요회의 배석에 논평 쓰고 당 행사에 방송 출연 일정까지 겹치면 그날은 정말 정신없는 날이 되기도 한다.

―부모님과 친구들 반응은.

▲부모님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다. 내 활동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계셔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웃음). 친구들은 '어떻게 쟤가 국민의힘 대변인이냐'는 반응이다. 체통(?) 좀 지키라고 한다. 지금도 저녁에 같이 게임하는 녀석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니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4·7 재보선에서 '오세훈 유세차'에 오른 것이 화제가 됐다.

▲여권 유력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때문이었다. 지금 '용돈' 나눠주기 위해 확장재정하겠다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 노후가 더 힘들어질 거로 생각했다. 청년세대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야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국대다'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이준석 대표의 전당대회 대구 연설 때문이다.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서 '탄핵은 정당했다'를 이야기하고 탄핵을 넘어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외친 것에 반했다. 청년들이 재보궐 국면에선 국민의힘을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도구적인 용도로 지지를 해왔다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 정당이 매력 있는 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불과 얼마 전까진 MZ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무기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청년의 정치 참여율이 부쩍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효능감이 높아졌다는 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청년세대의 중요성, 소중함 이런 건 원래 선거 때마다 들리는 화두였지만, 선거 끝나고 한 달 이상을 간 적이 없었지 않았나. 이번엔 달라졌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청년세대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정치권에서 앞다퉈 구애하는 상황이다.

―MZ세대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언론은 하나의 키워드나 용어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 직관적이고 대중에게 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나로 묶어서 해석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다. 다만 편의성과 별개로 1980~2000년대생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20대도 2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다르다.

―MZ세대만의 특징으로 실용성·공정성 등이 꼽히는데.

▲의미 없는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성과 공정성을 중시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공과 사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굳이 이들을 관통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개인주의'가 아니겠는가. 개인주의적 특성이 강한 만큼 이들을 또 다른 어떤 특징으론 묶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MZ세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나라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나라였다. 최초의 민주시민 세대가 MZ세대이고, 따라서 의사결정에 있어서 개인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MZ세대가 사회에 나가면서 미치는 영향은 '집단주의적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어투나 논리를 푸는 방식 등이 이준석 대표와 닮았다는 평가도 들린다.

▲방송 출연도 하고 상대 패널과 토론도 몇 번 해보니 이준석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 알게 됐다. 나는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면 정말 민망한 일이다. 어투가 비슷하게 느껴질 순 있어도 앞으로 콘텐츠 면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공존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양준우도 공존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변할 것이라 믿는다.

―대변인으로서 목표, 그리고 그 후 계획은.

▲'정권교체하고 나는 떠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주어진 기간 동안 가감 없이 일해보려고 한다. 내년 대선이 끝나면 만 27살이다. 취업하기 딱 좋은 나이 아닌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겠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적 꿈은 유지되나.

▲내년에 정권 교체에 기여하고,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게 되면 한번 (지원서를) 써볼 수 있지 않을까? 기자 출신 대변인은 사례가 많은 것 같은데, 대변인 출신 수습기자는 못 본 것 같다. 이것도 재미있는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계속 할 생각도 있나.

▲20대에 제1야당 대변인을 한다는 건 객관적으로 봐도 놀라운 정치경력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조용히 논평만 쓰다 임기만 채워도 내겐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 임한다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게 무엇이 있겠나. 적을 만들지 않고, 논쟁적 주제에 모호한 화법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보신주의 정치가 문제라고 지적해왔는데,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MZ세대를 대변해서 현재의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권은 반드시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론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MZ세대의 다른 특징을 꼽으라면 '사회 복지 못 받게 되는 최초의 세대'이거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겪는 최초의 세대'일 수 있다. 이건 모두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 때문일 거다. 저출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아주 조금씩 망가지고 있고, MZ세대가 은퇴할 시점이 되었을 땐 확정적으로 망가져서 복구도 힘든 상황일 거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이 재앙의 흐름을 돌릴 수 있는 파격적인 수준의 저출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시간에도 이력서를 쓰고 있을 취준생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코로나 위기 때문에 세계경제 자체가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당연히 양질의 일자리도 줄어들게 된다.
우리가 특별히 불행한 순간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 풍파가 닥친다.
경제적 여건이 힘든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정치권이 특별히 배려할 수 있도록 주어진 자리에서 노력하겠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