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카카오, 제발 문어발은 하지 마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9 18:38

수정 2021.08.09 20:20

잇단 상장에 잔칫집 분위기
'모난 돌이 정 맞을라' 걱정
과거 재벌처럼 굴어선 안돼
[곽인찬 칼럼] 카카오, 제발 문어발은 하지 마라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코스피 상장과 동시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카뱅의 주가 강세는 9일에도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금융플랫폼 카뱅의 미래를 높이 평가했다./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코스피 상장과 동시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카뱅의 주가 강세는 9일에도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금융플랫폼 카뱅의 미래를 높이 평가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가 잔칫집 분위기다. 가만 둬도 잘나갈 집안이 코로나 비대면 덕에 날개를 달았다. 계열사는 연타석 대박 행진 중이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올해는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했다. 카뱅은 단숨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카카오페이도 몸을 푸는 중이다.

수치로 본 카카오도 놀랍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증'한 재벌 순위(자산 기준)에서 카카오그룹은 작년 23위에서 올해 18위로 올라섰다. 계열사 수는 97개에서 118개로 늘었다. SK(148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그룹 시가총액은 총 100조원을 넘어서 5위로 점프했다. 카카오는 코스피 4위, 카뱅은 10위,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3위다. 누가 봐도 카카오는 명실상부한 재벌이다.

카카오가 성큼성큼 치고 오르는 게 참 보기 좋다. 창업주 김범수 의장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벤처 기업인이다. 얼마 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김 의장을 한국 1등 부자로 꼽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등으로 밀렸다. 한국 벤처 생태계에서 김범수는 반짝이는 별이다.

지난해 카카오 출시 10년(겨우 10년!) 기념 영상메시지에서 김 의장은 "카카오의 지난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스스로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는 지난 3월 '더 기빙 플레지'에 가입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만든 슈퍼리치 자선클럽이다. 재계 총수가 총칼이나 철창행 위협 없이 자발적으로 사재 절반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것은 동지섣달 꽃 보듯 귀한 일이다.

그런데 걱정이 있다. 우리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너무 잘나가면 시샘을 산다. 벌써 그런 일이 벌어졌다. 카뱅 상장을 두고 거품론이 가시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 상장에 제동을 걸었고, 그 바람에 IPO 로드맵이 꼬였다. 금융시장은 만만찮은 곳이다. 어떤 은행, 증권사, 보험사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슈퍼갑이다. 막강 카카오라도 금융 기득권의 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카모)의 행태는 더 걱정이다. 카모는 자회사를 통해 '1577 대리운전'을 인수했다. 그러자 당장 대리운전 업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코로나 때문에 밤 손님이 끊겨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대기업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카모가 스마트 호출 서비스 이용료를 정액 1000원에서 0~5000원으로 바꾼 것도 입길에 올랐다.

과거 재벌은 문어발 확장 탓에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중소업체들이 경쟁하는 시장에 대기업이 쑥 들어오면 승부는 뻔하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문어발을 보는 시각은 부정 일색이다. 대·중기 상생을 목표로 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다름 아닌 보수 이명박정부 때 출범했다.

21세기는 플랫폼 시대다.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 자연 각국 정부도 플랫폼을 보는 눈초리가 매섭다.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독점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수시로 제동을 건다. 중국은 아예 대놓고 알리바바와 자회사 앤트그룹의 목을 졸랐다. 창업자 마윈은 반실종 상태다.

카카오와 김범수 의장에 당부한다.
제발 문어발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 코로나로 지친 이들을 더 힘들게 해선 안 된다. 계열사를 120개나 둘 필요가 있는지 한번 더 들여다보라. 카카오가 놀 곳은 연못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다.
자꾸 골목대장 노릇을 하려 든다면 실망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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