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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휴지뭉치 속 DNA가 송환한 성폭행범…징역 4년

진화된 국과수 유전자 분석에 덜미…공소시효 하루 전 기소
20년 전 휴지뭉치 속 DNA가 송환한 성폭행범…징역 4년
제주지방법원 /사진=fnDB

■ 유전자, 피의자와 일치…제주지법 "증거 능력 인정"

[제주=좌승훈 기자] 20년 전 버린 휴지 뭉치 속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재판에 넘겨진 5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검찰이 제출한 휴지뭉치에 대한 압수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으며, 감정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6일 주거 침입 강간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10년간의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01년 3월 제주도내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기소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남은 증거는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묻은 휴지뭉치가 유일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귀포경찰서는 휴지 뭉치에 묻은 정액에서 DNA를 검출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인물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A씨의 범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미제 사건 현장의 유전자 분석에서 꼬리를 잡혔다.

국과수는 2016년부터 3년간 미제 사건 현장에서 추출한 1천800여개 DNA를 재분석하는 사업을 진행한 가운데, 2019년 3월 드디어 해당 DNA가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국과수로부터 이 같은 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은 대검찰청은 관할 서귀포경찰서로 사건을 넘겼고, 검경의 재수사 끝에 A씨는 지난 3월 결국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성범죄 18건·강력범죄 165건 등 모두 183건의 범죄를 추가로 저질러 2009년 5월에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태였다.

이 같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자, A씨는 타지역 교도소에서 제주교도소로 이감돼 수사를 받아왔다.

A씨는 재판에서 범행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증거물품인 휴지뭉치 5점에 대해 적법한 압수절차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DNA 감정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A씨는 “사건 당시 경찰은 적법한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휴지 뭉치를 가져와 증거능력이 의심된다”면서 “휴지 뭉치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유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검출될 가능성도 있기 떄문에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 버리고 간 휴지뭉치는 유류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유류물은 형사소송법상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어 A씨 측 주장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유전자 감정 기법과 통계학적으로 분석했을 때에도 A씨의 유전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20년간 피고인이 붙잡히지 않아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며 “다만, 20년 전 양형 기준과 피해자 추가 진술에 따르면 당시 강간이 미수에 그쳤던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