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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종사자 적용 제외한 근로기준법... 헌재 “합헌”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8 12:00

수정 2021.09.08 12:00

헌법불합치 5 : 각하 3 : 기각 1
위헌정족수 6명 못 넘어 합헌 결정
헌법불합치 “축산업 종사자 보호해야”
기각 “축산농가, 인건비 상승 등 부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축산농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연장근로나 휴일 관련 규정에서 ‘예외’로 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축산업 종사자 A씨가 옛 근로기준법 63조 2호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헌법불합치)대 3(각하)대 1(기각)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양식, 축산 등 근로자에 대해서는 연장근로나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A씨는 지난 2017년 8~10월 한 농장에서 소를 관리했다. 당시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일을 했지만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헌법소원을 내며 “축산업 종사 근로자는 제한 없이 연장근로를 하게 돼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재판관들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지만, 위헌정족수 6명에 이르지 못해 헌재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우선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헌법 불합치’ 의견을 냈다. 농림·축산업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축산업은 일용직·임시직이 다수를 차지해, 사적 합의를 통해 근로조건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육체적·정신적 휴식을 보장하고 장시간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필요성이 요청됨에도 옛 근로기준법은 축산 사업장을 적용 제한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최소한의 근로조건 마련이 미흡해 A씨의 근로 권리를 침해하고, 타 사업 종사자들과 차별해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옛 근로기준법은 1953년 도입됐다. 당시 축산업은 자연조건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근로시간 등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바 있다. 하지만 도입 이후 과학기술이 발달 등으로 근로 여건의 변화가 생겼다. 재판관들은 해당 법에 이 같은 사항이 고려되지 못해 근로환경과 산업 발전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영진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축산업의 경우 경제적 지위가 매우 열악한 데다 중소농 중심인 등 영세한 실정을 고려하면, 전면 적용될 경우 인건비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이 재판관은 “축산업 근로자의 경우 야간근로 수당이나 연차유급휴가 규정은 적용되고, 사용자·근로자 간 합의마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기본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69조 1항을 A씨가 어겼다고 본 것이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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