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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판 커지는 DTC 유전자 검사 시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5 18:05

수정 2021.09.15 18:05

[fn광장] 판 커지는 DTC 유전자 검사 시장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여러 발명품 중에는 23앤미(23andMe)가 있다. 23앤미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유전자 검사 키트이자 이를 공급하는 유전체 검사 전문회사다. 고객들은 본인의 DNA나 예상 병력, 조상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왜 23일까? 유전자가 포함된 인간 염색체가 23쌍이라 이름이 그렇게 붙인 건데 소위 유전자분석정보를 통해 '나의 조상' 즉 뿌리를 찾을 수 있어 화제가 되었다.

우리는 염색체 안에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와 배열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건강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3쌍의 염색체는 '나(Me)'와 다름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23앤미 키트에 침을 뱉어 회사로 보내면 일주일 안에 갖가지 유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알려 준다. 가족 병력을 잘 다룰 수 있으니, 가족 내력에서 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확인하여 유전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3앤미를 비롯한 많은 바이오업체에서 건강검진을 하면 피 몇 방울로 유전정보를 분석해 미래에 걸릴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난소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한 지도 오래다. 그녀의 가계도가 암으로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등을 주었기 때문이다.

23앤미의 노력으로 의사 없이도 유전자를 검사하는 '소비자직접의뢰(DTC)' 검사 시장이 처음 열렸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 건강·의료산업이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접근성이 용이한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의 확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질병 예방과 개인별 맞춤 진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제 전문기관을 통한 개별적인 유전자 검사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DTC 유전자 검사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9800억원이었으며 오는 2028년에는 약 7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양소, 운동, 피부·모발, 식습관, 개인특성 등 웰니스 영역에 관한 건강관리 검사만 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검사 항목을 점차 넓히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시범사업을 통해 DTC 검사의 유용성을 검증한다. 2021년 디엔에이링크, 에스씨엘헬스케어, 지니너스, 엔젠바이오, 메디젠휴먼케어가 유전자검사 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울산 클리노믹스 같은 많은 기업들이 더욱 풍부한 유전 정보와 다양한 솔루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검사 결과에 대한 이해도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 효과 면에서나 검사 중요도 면에서나 DTC 검사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질병 검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 또는 환자들과의 실질적 접점을 가진 다양한 전공의 의료인과 유전체 과학자들이 균형감 있게 의견을 개진하면서 합리적인 제도와 바람직한 국내 생태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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