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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결합 심사 속도내 달라"… 공정위는 "원칙대로"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국가 항공산업 생존 걸려있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3년째 결론 못내고 하세월
"심사받는 회사 협조에 달려"
산은 "기업결합 심사 속도내 달라"… 공정위는 "원칙대로"

원칙주의를 내세운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에 곳곳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것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는 "회사도 적극 경쟁제한성 해소에 임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건은 심사기간이 1년이 안 된만큼 법과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해운업 과징금과 온라인플랫폼 규제 역시 관련 업계의 반발이 잇따를 전망이다.

■"회사도 경쟁제한성 해소 노력해야"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는 지난 1월 시작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경제분석을 마치고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한 질문에 "항공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속한 심사결과가 필요하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경쟁당국이 좀 더 앞서줘야한다는 부탁을 하고 싶다"며 "공정위에 괘씸죄 걸릴지 모르겠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결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같은 입장에 "워낙 방대한 건이기 때문에 1년 안에 결론이 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제한성 여부가 확정되면 그에 따른 경쟁제한성 해소 조치까지 모두 포함해 승인이 나야하는데, 당사의 합의까지 필요할 뿐더러 '상황에 따라', '이 정도면 됐지'하는 수준으로 결론 내릴 순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보다 규모가 작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결합 건의 경우도 심사 기간이 1년이 넘게 걸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건 역시 공정위는 3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며 "항공사간 합병, 조선사간 합병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것이 아니고 운임 등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각국 경쟁이 워낙 심해서 그럴 상황도 아니니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해당 건의 경우 업체는 EU경쟁당국 심사에서 한국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공소장 격)인 중간결과 보고서를 통보받은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LNG운반선에 대해서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담겼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이런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만한 충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공정위가 심사 결과를 빨리 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EU 결정을 따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에 대해 공정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EU의 중간결과 보고서는 경쟁제한 우려에 대한 '조치사항'이 담기기 전 발송하지만, 우리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는 조치 내용까지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충분한 독과점 우려 해소방안이 제시돼야 우리 공정위는 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 각 국 경쟁당국의 경쟁제한성 판별 여부는 비슷하다"며 "결국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회사의 입장에서 선택을 해야 그에 따른 조치와 승인 등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경쟁당국에 얼마나 대응하냐에 따라 빨리 승인이 날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칙주의' 공정위에 전방위 공세

이처럼 공정위 결과와 연계된 주요 사안들에 대한 부처와 재계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모든 사안들에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현안인 운임 담합 건과 관련해서는 과징금 부과를 이미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이라며 밀어붙이는 업계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국회가 해운법 개정안까지 들고 나오면서 관련 조사를 3년간 진행해온 공정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업체들이 "혁신을 저해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은 경쟁 제품에 OS(운영체제) 탑재를 막고 독점한 혐의에 대해 공정위가 2000억원대 과징금을 내린 건과 관련,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