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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인권' 이유들어 1500억원 이집트 군사원조 보류

기사내용 요약
그간 미국 안보 이유로 의회 중단 요구 무시
매해 3500억원 지원하다 바이든 정부 후 처음

미 국무부, '인권' 이유들어 1500억원 이집트 군사원조 보류
【파리=AP/뉴시스】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 26~28일 실시된다. 사진은 연임이 확실시되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17년 10월 24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군의 환영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2018.1.9.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국무부는 이집트에 올 회계년도에 제공하기로 한 해외군사 지원 중 1억3000만 달러(1500억원)를 인권 문제를 이유로 보류시킨다고 14일 발표했다.

많은 여야 의원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보류 지원액이 3억 달러 전액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집트는 이웃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군사원조를 가장 많이, 가장 오랜동안 받고 있다. 또 미국 정부가 해외 원조와 관련해 국내외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대목의 나라들이다.

이집트는 올 한 해에만 미국으로부터 13억 달러(1조5000억원)의 원조를 받도록 미 예산에 계상되어 있고 이스라엘도 5억 달러를 받는다.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 패하고 시나이 반도를 빼앗겼던 이집트는 1979년 중동 아랍국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 대가로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를 돌려받았으며 또 미국으로부터 해마다 10억 달러가 넘는 원조를 받아온 것이다.

미국의 이스라엘 원조는 그보다 더 앞섰는데 1인당 국민소득으로 말하면 미국을 앞지르는 지금도 이스라엘에게 꼬박꼬박 거액의 돈을 원조하는 데 대한 반발이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올해도 4월 가자 지구 하마스 조직의 로켓 공격에 이스라엘이 전투기 공습으로 맞서며 200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자 대 이스라엘 원조가 도마에 올랐다.

그래도 미국 내의 친 이스라엘 세력이 워낙 강해 연례 원조는 아무 변동이 없었는데 이집트는 이번에 일부지만 원조액이 깎인 것이다. 이집트의 미국 내 영향력이 이스라엘의 몇 백분의 일이 지나지 않기도 하지만 이집트 현 정부의 국내 인권 탄압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이집트의 압둘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2013년 국민들의 불 같은 요청에 응해 '쿠데타'를 일으켜 2년 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이집트 사상 첫 민선 정부가 되었던 이슬람형제단 소속의 모하메드 모르시 대통령 정부를 타도했다. 1년 후 대선에서 90%가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데까지는 조작되지 않는 순수한 민의가 반영되었지만 그 후부터 엘시시 대통령은 이전의 이집트 독재자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80년 만에 합법화되었던 이슬람형제단 조직을 다시 불법 단체로 만들고 이에 저항하는 2000명을 시위 진압 등을 통해 살해했다. 모르시 대통령도 감옥에서 사망했으며 이어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

미국 연방 의회는 여러 번 결의문을 통해 이집트 원조 중단을 요구했지만 국무부는 미국 안보를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원조를 계속했다.
특히나 트럼프 정권 때는 엘시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대되는 등 두 정상이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고 이집트는 인권 탄압을 계속하면서 미국 원조를 실속있게 챙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인권의 미국적 가치를 강조하고 외교 정책에서 이를 실제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 때문에 문제의 이집트 군사 원조액 3억 달러의 40% 정도가 일단 보류조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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