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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조사, 검찰 통보로 감경…전문가들 "사실상 무혐의"

뉴시스

입력 2021.09.16 06:31

수정 2021.09.16 06:31

기사내용 요약
증선위-금감원, 혐의 입증 못해 근 1년간 공방
네 차례 공식 회의 끝에 제재 수위 낮춰…"무혐의 판단한 듯"
과징금, 거래 정지 등 없어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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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지난해 11월 첫 증권선물위원회 이후 10개월 넘게 지연됐던 에이치엘비에 대한 불공정 거래 조사가 15일 검찰 통보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금융감독원의 제재안보다 낮아진 것으로, 이례적으로 긴 논의 기간과 치열한 법적 공방, 그리고 불공정 거래에 관한한 검찰이 최종 기구라는 증선위 절차를 감안할 때 사실상 에이치엘비가 무혐의를 받은 것과 같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당초 금감원은 해당 안건에 대해 검찰 고발로 상정했다. 불공정 거래 관련 제재는 3단계이다. 가장 높은 수위가 검찰 고발이며, 그 다음이 검찰 통보이다. 가장 낮은 무혐의가 있지만, 증선위가 공식적으로 불공정거래 안건에 무혐의를 내린 전례는 없다.


증선위가 불공정 거래의 경우 무혐의 처분을 직접 자신들이 내리지 않은 것은 이 제재의 경우 법적으로 검찰이 최종 판단을 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선위가 내부적으로 무혐의에 가깝다고 판단해도 절차상 검찰로 넘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에이치엘비의 경우 제재를 놓고 1년 가까이 증선위와 금감원간 논쟁이 이어졌음을 감안할 때 증선위는 에이치엘비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증선위 결정은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회계 법률 위반과 나머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라며 "회계 위반은 증선위가 최종 판단 기구이기 때문에 보도자료도 내고, 제재를 강화하거나 감경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반해 불공정 거래 건은 자신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최종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무혐의 판단을 해도 검찰에 일단 넘겨 무혐의를 유도하는 최종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건에 대해서도 증선위가 회계 위반처럼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지만, 검찰의 반대 등에 따라 현재 계류된 상태다. 따라서 불공정거래 조사 건은 과징금 제재는 없으며 일단 제재 절차가 시작되면 혐의의 경중에 관계없이 검찰로 이첩되는 구조로 보면 된다.

이번 불공정 거래 조사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이 에이치엘비가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 발표 과정에서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9년 6월27일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유튜브 등을 통해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에 대해 "1차 유효지표에 도달하지 못해 신약허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19년 9월29일에 진 회장은 "임상학적 유의미성을 충분히 확보해 신약허가를 신청해 볼 만 하다"고 발표했다. 진 회장은 1차 유효성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미성을 미확보했으나 임상학적 기타 지표들은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 대해 금감원은 회사가 임상 성과를 과장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5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은 에이치엘비에 대한 자료 요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증선위에 '검찰 고발'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건의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거쳐 올해 초 증선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안건은 수개월이 넘도록 통과되지 못했다. 통상 자조심 심의를 거치면 수일내로 증선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요 안건이 많을 경우에는, 한두차례 미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에이치엘비 조사 건의 경우 정작 FDA출신 전문가들은, 회사의 임상결과 발표와 NDA진행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많은 논쟁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를 가지고 불공정거래 조사 및 조치를 하는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금융당국 내부 의견도 있었다. 한 조사 업무를 담당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도자료로 조치할 땐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 IR 실무 단계에서 표현이 적용된 것인지 불분명해 책임소재를 가리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임상 결과라는 것은 항상 애매하고 외부 판단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외부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소식에 자신감을 얻어 성공이라는 표현을 썼을 텐데 회사가 성공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불공정 거래 조사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많은 잡음과 루머가 있었다. 당초 허위공시 의혹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사실무근으로 종속회사 사안으로 공시의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증선위 회의가 길어지면서 금감원의 조사가 원래의 불공정거래에서 벗어나자 별건 조사, 소위 '먼지털이식' 조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또 금감원 조사역은 증선위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선위와 금감원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증선위가 일부러 결정을 늦추고 있다는 루머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할 때 안건 통과가 수개월간 미뤄진 것은 증선위원 대다수가 이번 사안을 불공정 거래로 판단하기에는 법적인 근거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보니 검찰에 바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이에 금감원에 수차례 자료 보완을 요청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 불공정 거래 조사 건은 증선위에서 네 차례 논의됐다. 지난 5월31일 1차 대면심의가 있었고, 6월16일에는 대면으로 2차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서면심의를 통해 3차 논의를 했으나 결론내지 못했고, 결국 전날 검찰고발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검찰통보로 사법기관의 판단은 남아있지만, 증시 관계자들은 1년이 넘는 금융당국의 조사로 인한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조사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당시 유투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도 사법기관에서 혐의가 없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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