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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에 100만원씩 9차례 입금…은행원들은 보이스피싱 직감했다

ATM에 100만원씩 9차례 입금…은행원들은 보이스피싱 직감했다
© News1 DB


ATM에 100만원씩 9차례 입금…은행원들은 보이스피싱 직감했다
지난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윤주현 서장이 보이스피싱 수금책 검거를 도운 은행원들에게 표창장과 검거보상금 50만원을 수여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제공) 2021.9.16./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지난 10일 오후 5시50분, 지점 영업을 마감한 광주 서구 매월동의 한 은행.

내려진 셔터 문 밖 ATM 기기 앞에 낯선 30대 남성이 돈다발을 입금하고 있다.

같은 시각 은행 본점 금융사기대응팀 한 직원은 해당 ATM 기기의 비정상적인 패턴의 입금 내역을 확인했다.

100만원씩 9번에 걸쳐 총 900만원이 무통장으로 입금됐다.

고액이 여러 차례 나눠 입금되는 수상한 정황을 발견한 직원은 즉시 해당 지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부지점장은 기지를 발휘해 신속하고 조용히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때부터 지점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먼저 한 대리가 닫혀있던 셔터 문을 개방해 수상한 남성 A씨를 영업점 안으로 들어오도록 안내했다.

"고객님 무슨 일이세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A씨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A씨가 어리숙하게 지점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그사이 또 다른 대리 한 명은 금호지구대에 즉시 신고 전화를 했다. "고액 입금자가 있으니 얼른 와달라, 얼마나 걸리냐"는 내용이었다.

경찰 출동시간을 들은 그는 A씨 곁으로 다가갔다. 앞으로 몇분간은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이때부터 두 명의 대리는 A씨에게 고향과 나이, 학교, 직장 등 일상적인 내용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A씨는 친절하고 자연스러운 직원들의 질문에 경계없이 자신이 한 대부업체에 취업한 지 1주일 됐다고 설명했다.

큰 금액을 입금을 한 경위에 대한 질문에 역시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누군가와 끊임없이 문자로 대화를 나눴다.

다른 은행 직원들은 인원을 나눠 A씨의 최근 거래내역과 입금 횟수, 수령자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잠시 후 은행 안으로 4명의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붙잡힌 A씨는 예상대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금책'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대부업체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일당 명목으로 30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시를 받아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광주와 전남 일대에서 피해자 13명으로부터 약 1억6000만원을 챙겼다고 자백했다.

관할인 광주 서부경찰서는 범인 검거를 도운 은행원들에게 지난 14일 표창장과 함께 검거보상금 50만원을 지급했다.


윤주현 서장은 "범행 현장을 아주 상세하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차분하게 신고해주셨다"며 "덕분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신속하게 검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은행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절대 만나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만나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일반 시민들께서도 범죄의 특성을 인지한 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