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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회장님 '눈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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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회장님 '눈물의 약속'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지난 5월 4일 눈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갑질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는 마당에 코로나19를 마케팅에 이용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일부에선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달기도 했지만 다수는 회장의 '눈물'을 믿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27일 홍 회장은 회사 매각을 발표했다. 홍 회장과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사모펀드 한앤코에 3107억원을 받고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나치게 싼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었지만 당시 남양유업의 처지를 생각하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두 달여가 흐른 7월 29일 홍 회장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돌연 이를 연기했다. 안팎에선 "홍 회장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앞서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해임됐던 홍 회장의 장남은 복직했고, 차남은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한 것도 이 같은 소문에 무게를 실었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주식매매계약서상의 거래종결일(8월 31일)을 하루 넘긴 이달 1일 홍 회장 측은 '약정 위반'을 이유로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 측은 이미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였다.

지난 14일 열린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는 예상대로 한앤코 측의 경영진 선임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남양유업은 10월에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주총을 다시 열기로 했다. 홍 회장은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혼란이 5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남양유업이 남양유업했다"며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매각이 오히려 회사를 더욱 위기로 몰고 가는 꼴이 돼버렸다.

지금 남양유업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남양유업은 58년 역사를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업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밀어내기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이번 '불가리스' 사태와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소비자들은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남양유업 임직원과 대리점주, 그리고 아직도 남양유업의 제품을 아끼는 많은 소비자들이다. 소송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이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영권을 내놓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던 홍 회장의 눈물이 '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