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대장내시경약의 맛있는 반란…최소 복용량, 레몬맛으로 거부감 줄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8 08:00

수정 2021.09.18 08:00

기쁨병원 의료진이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있다.
기쁨병원 의료진이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4년 전 건강검진에서 대장 용종이 발견돼 올해 대장내시경검사를 권고 받은 50대 김 모씨. 그는 대장내시경 하제를 복용하면서 느낀 당시의 괴로운 경험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김 씨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장내시경약을 복용하면서 기억이 좋지 않아 다음으로 미룰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강검진 수요가 몰리는 연말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을 발견, 제거하기 때문에 최고의 '대장암 예방'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검률은 30% 전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암 검진 수검률이 73%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낮다.

대장암 조기발견을 넘어,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대장내시경검사를 기피하는 이유는 김 씨의 사례처럼 '대장내시경약'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장정결제는 복용량이 2~4리터에 달하고 비릿하고 역겨운 맛이 특징이다. 더구나 검사 전날과 새벽, 두 번에 나눠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려야만 한다.

이 같은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복용량과 맛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돼 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루를 물에 타 마시는 일반적인 제형이 아닌 알약 형태의 장정결제들도 출시됐다.

하지만 타이레놀보다 큰 알약을 28알 또는 32알 삼켜야 하며 물도 여전히 3리터 이상 마셔야 하는 등 복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기쁨병원 강윤식 병원장은 장정결제인 '원프렙1.38산'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일단 장정결제의 최대 불편함으로 꼽힌 복용량을 획기적을 해결했다. 약 희석액은 460ml로 콜라 한잔(495ml)보다 적다. 추가 마시는 물을 합해도 1.38리터에 불과하다. 세계 최소 복용량이다.

비릿하고 마시기 거북한 맛은 상큼한 레몬맛으로 바꿨다. 특히 대장내시경 검사 당일에 1번만 마시면 돼 복용 편의성을 월등히 높였다. 이 같은 특징으로 제품은 개량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10명 중 8명은 복용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98.4%는 "재복용 의사 있다"고 답했다.

특히 환자 복용 편의성 제고는 대장내시경검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용종 발견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프렙 임상시험 결과 용종 발견률은 47.5%로 대조약(39.7%) 대비 7.8%나 높게 나타났다.

원프렙 공동판매사인 녹십자웰빙 관계자는 "환자는 복용 편의성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의료진은 대장내시경 결과(용종 발견율)를 기대해 제품을 문의해 오고 있다"면서 "판매에 돌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전국 병의원과 검진센터 800여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병원장은 1987년 외과전문의를 취득하고 1991년 국내 최초 대장내시경 전문클리닉을 개설했다.
그동안 5만건 이상의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했다.

강 병원장은 "장정결제 복용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하소연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특히 장정결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장내시경검사를 미루거나 받지 않다가 대장암이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면서 복용이 쉬운 장정결제 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 대장암 수검률을 높이고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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