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헝다 파산설에 세계 증시 '휘청'…개미들 불안감 '극대화'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1 22:15

수정 2021.09.21 22:17

홍콩에 위치한 헝다그룹 건물
홍콩에 위치한 헝다그룹 건물
[파이낸셜뉴스]“목요일에 장이 열리자 마자 주식을 팔아야할지 고민입니다.”(30대 초반 직장인 김모씨)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의 부도 가능성에 미국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자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추석 연휴 이후 주식을 팔아야할 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테이퍼링 본격화와 부채가 350조원에 달하는 헝다의 유동성 위기에 추석 이후 국내 증시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한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4.41포인트(1.79%) 급락한 3만3970.47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하락 폭이 900포인트(2.6%)에 달하기도 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30.06포인트(2.19%) 하락한 1만4713.90에 마감했다.
지난 5월 12일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75.26포인트(1.70%) 빠진 4,357.73을 기록했다.

중국 헝다그룹 파산설에 일본 증시도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17% 하락한 2만9839.71에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선 밑으로 떨어진 건 9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하락폭은 6월 21일 이후 3개월래 가장 크다.

토픽스 지수 역시 1.7% 내린 2064.55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치며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닛케이225지수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약 90% 가량이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 위기설에 따른 시장의 우려 때문이다.

헝다그룹의 부채위험은 1997년 부동산으로 시작된 사업영역을 금융, 헬스케어, 여행으로 과도하게 확장하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금융 긴축으로 인해 유동성 위험이 확대된 결과다. 헝다의 부채규모는 1조9500억 위안(355조 원)에 이른다. 헝다 주가와 채권가격은 이번 주 들어서만 각각 27%, 9% 급락했고 헝다의 모든 채권은 16일 1일간 거래 정지되었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주택 가격 안정 정책에 자금난에 빠지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일부 채권 결제 마감일은 오는 23일로, 이날 도래하는 채권 이자는 8350만달러(약 992억원) 수준이다. 만약 헝다그룹이 이날까지 부채를 결재하지 못할 경우 파산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헝다그룹의 유동성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는 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헝다 충격으로 인해 국내 증시도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부동산 위험을 넘어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연결되는 최악의 금융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방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전 연구원은 "중국은 내년 2월 동계 올림픽 개최와 가을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헝다그룹 부채위험의 1차 고비는 오는 연말까지 6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채권이자 납입 여부에 걸려 있다"면서 "디폴트 위험이 발생할 경우 이는 금융 위기 수준의 치명적인 위험이라는 점에서 4·4분기 내내 헝다그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더해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연준은 최근 개선되는 노동시장 상황과 물가상승 압력을 감안해 연내 테이퍼링(완화 축소)를 실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가 끝나도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같은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종별로 차별화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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