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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특별기고]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재난이 있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은 재앙을 만난 뒤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지진처럼 한 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일으키면서도 사전에 예측이 안 되는 재난에 대해 이런 지혜가 적용될 수 있을까.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다. 9·12지진은 우리나라에서 현대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인 5.8을 기록했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터라 9·12지진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지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이후에도 진원 주변으로 1년간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150회 이상 계속되면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인식전환을 촉발했을 뿐 아니라 우리가 풀어 나아가야 할 과제를 남겼다.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여러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첫째, 종합적 위험 관리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난 10년 국내외 크고 작은 지진 사례를 겪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진 대응체계는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과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도 실제 상황에서 이들을 연결해주는 위험 관리체계가 잘 작동하지 못한다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전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국가적 위험 관리능력을 꾸준히 길러야 한다.

둘째, 지진 조기경보체계를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진 조기경보는 9·12지진 발생 당시 최초관측 후 26초에 경보를 발표했지만 현재는 최초관측 후 5~10초 내에 발표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진원에서 수㎞의 매우 가까운 지역은 여전히 지진파가 지나간 후에 지진경보를 받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융합기술, 인공지능기술 등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지진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고 지금보다 빠른 정보전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개인'을 준비하는 것이다.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며 수초에서 수분 동안의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국가적 차원의 지진 방재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하다. 평소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등을 철저히 익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개개인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

우리가 과거를 되짚어보고 분석하는 것은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다.
9·12지진은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점검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부와 국민이 하나 되어 철저히 대비할 때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은 가능할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