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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플랫폼 때리기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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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플랫폼 때리기가 능사 아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 김종윤 야놀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김본환 로앤컴퍼니(로톡) 대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사진=뉴스1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디지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규제가 혁신의 불씨를 끄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마스크앱, 잔여백신 예약, QR 체크인 등 플랫폼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산업 주무장관으로서 할 말을 했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8일 택시·대리운전 연합회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운전연합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1577 대리운전' 등을 잇따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한 것이다.

표에 민감한 정치권은 덩달아 매를 들었다. 국회는 10월 초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 플랫폼 기업 경영진을 무더기로 부를 작정이다. 예전엔 재벌 총수들이 국감장을 들락거렸다. 올해는 플랫폼 창업주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증인석에 앉아야 한다.

우리는 플랫폼 때리기가 행여 혁신의 싹마저 잘라선 안 된다는 임혜숙 장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플랫폼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쿠팡·야놀자 등 플랫폼은 그 자체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 나아가 이들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찌우는 돈줄 역할도 한다. 플랫폼에 규제 올가미를 얽어매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만큼 어리석다.

동시에 우리는 혁신 기업들이 타다금지법의 교훈을 곱씹어 보길 권한다. 타다금지법은 혁신의 싹을 잘랐다. 이는 분명 잘못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혁신에 집착한 나머지 상생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혁신은 기득권의 저항을 부른다. 이때 정치는 표가 많은 쪽을 택한다. 국회는 타다금지법을 2020년 3월에 통과시켰다. 그 직후인 4월에 총선이 열렸다.

길게 보면 혁신이 이긴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운동이 일어났다. 일감을 직물기에 빼앗긴 수공업자들은 복면을 쓰고 기계를 부쉈다. 그렇지만 직물기는 결국 가내수공업을 밀어냈다. 플랫폼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어갈 공산이 크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혁신의 연착륙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달 14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공생의 롤모델을 제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