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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공익신고자 보호 ‘넓고 두텁게’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30 18:13

수정 2021.09.30 18:13

[강남시선] 공익신고자 보호 ‘넓고 두텁게’
지난해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는 내부고발자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회사의 폐수유출 사건을 말단 사원들이 직접 나서 세상에 알리는 과정에서 겪는 불이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인이 발휘하는 용기에 비해 홀로 감당해야 할 보복의 대가가 너무 크다.

올해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 10주년을 맞았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률이 지난 10년간 많이 진화했다. 그럼에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시민사회가 성숙할수록 공익의 범주에 대한 인식은 넓어진다. 아울러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익의 범주도 복잡다단해질 수밖에 없다. 관련 법률이 인식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더욱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보완을 논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개선안이 바로 포괄주의다. 공익의 대상을 일일이 규정하는 열거주의 대신 포괄주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괄주의는 양날의 칼과 같다. 법안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특효약이다. 반면 신고 범람에 따른 행정절차 지연 및 비용 증가 때문에 정부와 국회의 판단이 지연될 수 있다. 더구나 공익을 가장한 채 사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공익신고의 문호를 활짝 열고, 신고자 보호를 두텁게 하는 제도적·물리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공익신고 대상과 신고처를 넓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접수 내용을 사안의 경중에 따라 분류하는 필터링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접수 내용을 분류하고, 밸류를 심사하는 전문인력 보강만이 해답이다.

이어서 신고자 보호를 두텁게 짜야 한다. 신고자 신변보호의 경우 단순히 비밀보장 강화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향후 조직 내 불이익뿐만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가령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의한 공익신고자 지원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꼽을 수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에 재정을 투입하는 건 결코 아깝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공익신고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얻는 경제적 편익은 엄청나다. 부정부패로 낭비되는 아까운 국민의 세금을 지킬 수 있다.
사고가 터진 뒤 수습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잠재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공익신고가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 성과는 매우 높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공익 간 교집합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공익신고 대상과 밀접한 대상들이 ESG라는 개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희생을 감내하는 개인과 침묵하는 익명의 다수 간 불편한 동거를 떨어내야 하지 않을까.

jjack3@fnnews.com 조창원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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