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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다른 선택한 자민당…'기시다 체제' 시험대는 11월 중의원 선거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일본 자민당이 민심을 거스르고 9년간 이어져온 '아베 노선'을 다시 선택했다. 여론 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켰던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을 제치고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총재로 당선된 배경에는 뿌리 깊은 일본의 파벌정치가 있다.

여전히 자민당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해 있는 호소다파와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속해있는 아소파의 지지를 받은 기시다 신임 총재의 당선은 사실상 예견돼 있었다.

이는 당초 고노 개혁상이 앞설 것으로 예상됐던 1차 투표에서 마저 기시다 총재가 승리를 거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젊은 의원들과 호소다파 내에서 인기가 있었던 고노 개혁상은 예상만큼 의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1차 투표의 뚜껑을 열어보니 고노 개혁상으로 가야 할 표들은 상당수 극우 인사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으로 향했고, 2차 결선으로 가자 이 투표는 모두 기시다 총재에 향했다.

개혁 성향인 고노 개혁상으로 향해야 할 표가 극우 인사인 다카이치 총무상으로 향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 정치 상식으로는 이해가 쉽게 가지 않지만 파벌의 영향이 큰 일본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고노 개혁상과 다카이치 총무상 모두 파벌로는 아소파에 속해있는데 세대교체를 우려한 아소 부총리가 철저하게 고노 개혁상을 견제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노 개혁상은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이같이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자민당 총재 선거는 아베 전 총리의 뜻대로 이뤄졌지만 기시다 총재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역시나 국민 여론이다. 기시다 총재는 당선 직후 "나의 특기는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라며 "정중하고 너그러운 정치를 펼쳐 국민과의 일체감을 되찾아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분히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재가 당선 직후 곧바로 이 같은 말을 꺼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기시다 총재는 11월 7일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애당초 이번 총재 선거가 '아베 대 반(反)아베' 혹은 '개혁 대 안정'의 구도로 치러진 이유도 바로 중의원 선거 때문이다. 스가 정권에서 자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선거의 얼굴이 될 수 있는 국민적 인기가 높은 인물이 총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도 결과적으로 파벌 정치를 돌파하진 못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를 낳으면서 다가올 중의원 선거는 기시다 총재의 첫 시험대를 넘어 향후 임기를 결정할 중요한 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입장에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 9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0분의 1로 줄고 총재 선거도 연일 미디어에 보도되면서 자민당 지지율이 반등하기는 했다. 다만, 민심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지적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국민의 60% 정도는 아베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한다"며 "현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60석 정도 감소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재의 더 큰 위기는 내년에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연립 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기시다 정권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특히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부진할 경우 스가 총리에 이어 기시다 총재도 단명 총리가 될 수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일각에서는 자민당 정권이 또다시 혐한 전략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평화 헌법 개정을 외친 기시다 총재로서는 혐한 정치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자민당 정권은 선거전이 힘들거나 과거 코로나 사태 비난이 내부로 향한 경우 수시로 혐한 카드나 담론을 동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