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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퇴비창고'로 시작된 비극…"땅 돌려달라"던 80대의 죽음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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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비극의 시작은 '퇴비창고'였다. 전남 나주시에 사는 55세 A씨는 80세 B씨의 퇴비창고를 지어주는 대가로 인근 토지를 이전받았다. B씨는 이후 A씨를 여러 차례 찾아왔다. 토지를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그런 B씨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비극이 일어난 3월에도 B씨는 토지를 돌려달라며 A씨를 찾아왔다. A씨는 자리를 피했지만 B씨가 쫓아와 폭행했다. 화가 난 A씨는 주먹과 유리병, 가전제품으로 B씨를 폭행하고 살해했다.

A씨는 B씨가 타고 온 트랙터를 옮긴 뒤 자신의 아들 소유 화물차 짐칸에 시신을 옮겼다. 이어 혈흔을 없애고 범행도구를 소각해 증거를 없앴다.

A씨는 다음날 새벽 B씨 시신을 인적 드문 빈 창고에 숨겼다. 당시 A씨는 운전면허 없이 화물차를 운전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의 폭행을 중단시키기 위해 양손으로 B씨의 목을 잡았을뿐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B씨가 쓰러진 뒤에야 사망 사실을 알게 돼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B씨 목 앞쪽 연골이 골절돼 있었고 사인도 경부압박질식사로 나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A씨의 재판에서 재판부와 배심원 9명 모두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
배심원 9명 중 2명은 무기징역, 2명은 징역 20년, 1명은 18년, 1명은 15년, 3명은 10년의 양형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로 죄책이 매우 무거운데다 유족도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가 저녁 시간에 집에 무단 침입해 지체 장애가 있는 자신을 폭행해 몸싸움을 하게 되자 우발적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