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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까지 뛰어도 생계 곤란" 52시간제에 짐싸는 숙련공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4 18:15

수정 2021.10.04 18:15

뿌리산업 근로자 이탈 현실화
근로시간 줄어 임금 30∼80% 감소
투잡으로도 안돼 아예 업계 떠나
조선업 등 숙련기술 대 끊길 수도
"업종별 차등 둬야" 목소리 커져
"택배까지 뛰어도 생계 곤란" 52시간제에 짐싸는 숙련공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중소조선업 등 뿌리산업의 숙련공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52시간제로 줄어든 임금보전을 위해 '투잡'까지 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나 임금보전에 '투잡으로도 부족하다'며 아예 업계를 떠나는 극한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연장수당이 월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주52시간을 맞춰야 하다 보니 임금의 30~40%가 줄었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퇴근 후 투잡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오히려 힘들어지고 있다는 불만도 속출했다.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숙련공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


4일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제로 인해 이제는 투잡으로도 부족하다며 아예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택배나 배달 이런 쪽으로 가고 있다. 뿌리·조선업계에서 주52시간은 정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근로자도 줄어든 임금으로 집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니 투잡을 뛰고 있다"며 "워라밸, 일·가정 양립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주52시간제의 취지와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조선업 근로자의 82.4%는 주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 이후 임금 수준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조선·뿌리업체 근로자 임금은 30~40% 넘게 감소했다. A중소기업 관계자는 "영세 뿌리기업 근로자들은 주52시간제로 급여가 100만원 가까이 감소해 생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급감으로 이탈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숙련기술의 대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뿌리·조선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숙련공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 시행착오,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람을 구해도 숙련공으로 키우는 데 최소 5년이 걸린다.

B중소기업 관계자는 "숙련공들은 경력을 쌓아 나중에 창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배달로 다 가버리니 숙련기술이 사라진다"며 "그간에는 대기업보다 임금이 적기 때문에 만회를 하려고 '몇 년 정도 열심히 뛰겠다' 해서 야근하고 보완해 창업하고 그랬는데 그런 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숙련노동자들이 필요하다"며 "허드렛일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숙련공들이 현장을 떠날수록 산업구조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6개 기술분야를 일컫는다.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현장에 맞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금형, 주조 철강 등 업종은 시간을 줘도 주52시간제가 불가능한 업종"이라며 "일이 있을 땐 있고 없을 때는 없는 상황뿐만 아니라 납기를 지켜야 하는 압박 등을 고려해 업종별 차이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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