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단독]빨래에 '황제안마' 고교 복싱부의 학폭사건…피해자 선수 꿈 접어

뉴스1

입력 2021.10.06 05:30

수정 2021.10.06 08:46

전북 완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2학년 복싱부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학생의 부모는 아들이 전치 6주의 진단과 함께 운동을 그만둬야 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주장했다.(제보자 제공)2021.10.5/© 뉴스1
전북 완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2학년 복싱부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학생의 부모는 아들이 전치 6주의 진단과 함께 운동을 그만둬야 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주장했다.(제보자 제공)2021.10.5/© 뉴스1

(완주=뉴스1) 강교현 기자,박아론 기자 =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복싱선수로 활동하던 한 학생이 복싱부 선배와 동급생들의 폭력행위로 큰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자신의 빨래를 시키거나 이른바 '황제안마'를 강요하는 등 오랫동안 피해학생을 괴롭혀 온 것으로 드러났다.


2학년인 피해 학생 A군의 부모는 "아들은 현재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완주 모 고교 복싱부 2학년인 A군이 지난 2월23일께 손 부위에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복싱부 3학년 선배 B군이다.

앞서 A군은 지난해 3월부터 같은 복싱부 동급생 2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 이들은 A군에게 욕설을 하고, 빌려달라며 현금도 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올해 상급생인 B군이 이 학교에 전학을 오면서 A군에 대한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다.

피해학생 측에 따르면 B군은 A군에게 평소 욕설·폭행과 함께 자신의 빨래까지 시켰다. 하루는 "빨래를 자연 건조하지 않고 건조기에 돌렸다"는 이유로 목을 팔꿈치로 짓누르는 등 수차례 폭행했다.

이 외에도 B군은 운동이 끝나면 A군을 포함한 후배들을 불러 놓고 자신은 대자로 누워 마사지를 받는 이른바 '황제마사지'를 시키기도 했다.

특히 B군은 코치가 참관하지 않고 학생들끼리 진행하는 '메서드복싱(Method boxing)' 연습 시간에 A군을 상대로 훈련과 관계없이 뒤통수를 가격하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다. 일종의 약속대련인 이 운동을 가장해 폭력 행위를 한 것이다.

결국 A군은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넘어졌고, 이로 인해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병원 측은 A군에게 전치 6주의 진단을 내렸다. A군은 "의사로부터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와 관련 전북 완주교육지원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학생들에게 출석정지와 특별교육, 사회봉사 등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피해학생의 부모는 해당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군의 아버지 손모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들은 가해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물론 크게 다쳐 복싱선수의 꿈도 접게 됐다"며 "아들은 수개월을 괴롭힘들 당했는데 징계결과는 고작 10여일의 출석정지와 특별교육 등이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은 처벌 기간 중에도 전북복싱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체전 대표선발전에 출전했고, 지금은 전국체전 시합에도 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이 어떻게 협회가 주관한 시합에 출전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는 가해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한 것이 행정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폭위 결정에 따라 가해 학생들에게 징계와 함께 학교에서는 기숙사도 영구퇴사도 시켰다"며 "이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잘못된 점은 없는지 도교육청에 문의한 뒤 절차에 따라 참가했고, 징계도 끝난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가해자 부모들로부터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들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용서해 주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실된 사과는커녕 오히려 나를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아들은 사건 이후 전북을 떠나 지금도 학교를 가지 못하고, 경기도에서 정신과 진료와 함께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해학생들에 대해 학폭위 징계처럼 솜방망이가 아닌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B군 등의 부모들은 충분한 사과를 했으며, 학폭위의 결정에 따라 징계도 성실히 받았다고 반박했다.


학부모들은 "사건 이후 아이들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편지도 쓰고, 경기도에 있는 피해 학생 부모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를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학폭위 결정에 따라 아이들이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A군의 부모가 상황을 과장하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A군의 부모는 지난 3월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군과 가해 학생들을 불러 수차례 조사를 진행했다"며 "사건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송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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