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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불만에 정치권 압박도…가계부채대책 고민 깊은 금융위

금융위원회 모습.© 뉴스1
금융위원회 모습.©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10월 중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금융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위험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한데 대출한파에 직면한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속출하고 있고 정치권에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 따라 전(全) 금융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날(13일) 한국은행의 ‘2021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같은 날 발표한 9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7조8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8000억원 가까이 축소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10월 하순쯤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내놓을 대책의 대략적인 윤곽은 잡힌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상환능력 범위내에서 빚을 지게 하겠다"고 여러번 강조했기 때문에 금융권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범위를 확대·강화하는 방안이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예상된다. 그간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은 DSR 규제에 적용되지 않았다. 고 위원장은 지난 6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의 대부분은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실수요자 대출도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시사한 것이다.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면 기존 대출이 많은 차주는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카드론 역시 DSR 규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로 2금융권에서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어서 카드론 역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추가대책의 큰 그림은 그렸지만 금융위는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동시다발적으로 금융위를 압박하고 있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에서도 금융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금융위가 총량 규제를 통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이어져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실수요자 대출도 상환이 가능한 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금융위의 원론적 답이 아닌 보다 실질적 보완책을 강구해 내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미 금융위 국감에선 고 위원장을 향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 쇄도한 바 있다. 오는 21일 금융위 종합감사에서도 이같은 요구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추가 대책은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14일 “금융위가 가계부채 증가율 연간 목표치로 잡은 6%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는데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핀셋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며 “추가 대책을 마련하면 당과 논의를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실수요자 보호 방안도 마련하라는 이 같은 요구에 고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해결하면서 실수요자도 보호해야 하는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고승범 위원장은 “자금이 꼭 필요한 서민층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세심하게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