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슨 이런걸로 딱지를, 무슨 날이냐"…'이륜차 집중단속' 마포서만 2시간새 181건

뉴시스

입력 2021.10.14 17:28

수정 2021.10.14 17:28

기사내용 요약
경찰, 다음 달까지 '이륜차 집중 단속'
신호 위반 등 마포구서만 181건 적발
곳곳서 실랑이도…"도대체 뭐가 문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이 실시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2021.10.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이 실시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2021.10.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전재훈 수습기자 = "무슨 이런 걸로 딱지를 끊고 그래. 운전자가 잘 모르면 알려줘야지. 오늘 무슨 날이야?"

14일 오후 3시께 경찰의 '이륜차 집중 단속'에 걸린 오토바이 배달원이 현장 단속에 나선 경찰관에게 하소연을 했다. 30대 배달원인 A씨는 스쿠터를 몰면서 한 번에 3개 차선을 넘어간 도로교통법(진로변경 방법) 위반으로 범칙금 2만원에 벌점 10점을 받았다.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A씨에게 경찰관은 "범칙금 고지서 밑에 내용이 다 설명돼 있으니 참고하라"고 말했다.

A씨는 "몰라서 이렇게 한 건데 뭐 이런 걸로 딱지를 끊느냐. 너무한다"며 "경찰이 여기 있는 것을 내가 다 아는데 왜 위반을 하겠느냐. 무작정 딱지만 끊지 말고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툴툴대며 자리를 떴다.


다음 달 30일까지 주 1~2회 이륜차 특별 단속을 실시하는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서울 일대에서 '이륜차 특별 교통 단속'을 시행했다. 경찰은 경찰관기동대 15개 부대 소속 900명, 교통순찰대 사이카 50대, 암행순찰차 1대 등을 투입하고 이륜차 교통사고 위험 요소를 특별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이 이 같은 이륜차 집중 단속에 나선 이유는 최근 배달 수요 등이 급증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역시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이륜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48명보다 11명(22.9%)이 증가했다.

자동차의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등 위반으로 발생한 이륜차 피해 사망 사고 역시 27명이 해당하는 등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이륜차 사망 사고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배달업 종사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경찰은 이륜차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륜차와 자동차의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안전운전 불이행 등을 집중 단속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이 실시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2021.10.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이 실시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2021.10.14. jhope@newsis.com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사거리 인근에서도 집중 단속이 진행됐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캠코더로 영상을 찍는 등 증거 기록을 남기고 이륜차의 신호 위반과 불법 개조 여부, 승용차의 중앙선 침범 등 발생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교통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한 경찰이 운전자가 정차할 위치를 안내하기 위해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에 시민들은 놀란 토끼 눈으로 경찰관들을 쳐다봤고, 이륜차 운전자들도 교차로 앞에서 속도를 줄이며 서행했다.

경찰이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 동안 단속을 진행한 결과 서울 마포경찰서 관할 지역에서만 신호 위반 등 181건이 적발됐다. 안전모 미착용으로 걸린 20대 전기킥보드 운전자는 범칙금 2만원을, 정지선을 위반한 20대 스쿠터 운전자는 벌점 15점에 범칙금 4만원을, 끼어들기 금지 위반으로 걸린 20대 스쿠터 남성은 범칙금 2만원을 받았다.

경찰의 집중 단속에 처음 걸려서 얼떨떨하다며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있는 반면 경찰의 적발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운전자들도 있었다.

진로 변경 위반으로 벌점 10점에 범칙금 2만원을 받은 이륜차 운전자는 "벌점을 무슨 10점이나 주느냐. 길을 잘 몰라서 위반한 것"이라며 "오고 가는 길에 지리를 몰라서 위반한 건데 10점은 너무하지 않느냐.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소연했다.

승용차 끼어들기 위반으로 걸린 중년 부부는 "강변북로에서 빠졌는데 붙어서 들어오기가 어려워서 위반을 하게 됐다"며 "이런 건 경찰이 이해를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횡단보도 앞 정지선 위반으로 벌점 10점에 범칙금 6만원을 받은 승용차 운전자는 "오늘 처음 단속에 걸렸는데 이런 식으로 단속하는 것은 아주 안 좋다"며 "오늘 무슨 날이냐"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이 실시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2021.10.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이 실시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2021.10.14. jhope@newsis.com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경찰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욕설을 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끼어들기로 적발된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그게 큰 위반이냐"며 "저 차도 선 넘어갔는데 왜 안 잡느냐. XX 면허증 안 준다"고 소리를 쳤다.

이 운전자를 상대한 경찰관은 "평소에도 이런 일이 많다"며 "제가 여자라서 더 그러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음주 단속에 출퇴근길 교통 정리하고 교통도 단속하고 하면 우리만 죽어난다"며 "우리 교통과 4개팀이 1년에 보통 2만 건에서 많으면 3만 건 이상의 딱지를 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륜차는 운전자에게도 위험하고 보행자에게도 위험하기 때문에 이번 단속을 통해서 운전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며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시민들도 배달 주문할 때 빨리 오라고 재촉하지 않으면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다음 달까지 일주일에 주간 3번, 야간 2번에 걸쳐 집중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단속 정보 사전 유출 방지 등을 위해 구체적인 단속 일정 및 장소는 실행 하루 전이나 당일 오전 공개된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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