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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뭇매에 백기 든 정부...급한 불 껐지만 내년이 문제 [돈가뭄 해소될까]

실수요자 대출 불만에 완화 조치
주담대·신용대출 등에도 여력 생겨
은행권, 규제 완화 지속엔 부정적
"전세·집단대출 내년도 크게 늘 것"
여론 뭇매에 백기 든 정부...급한 불 껐지만 내년이 문제 [돈가뭄 해소될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으로 인해 대출중단 우려가 나오자 금융위원장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을 거듭 강조한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대출 실수요자의 불만 여론에 못 이겨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정부가 올해 4·4분기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빼준 것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실수요자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정부가 전세가격은 올려놓고 대출도 막았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강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주문하면서 곧 대부분의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는 위기도 한몫했다.

■실수요자 아우성에 '백기'
최근 부동산 가격 및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규제 방침을 권고했고,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4.9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당국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6%대에 근접한 수치다.

이 같은 가계대출 급증세의 영향으로 지난 8월에 가장 먼저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 30일까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여기에는 증액·재약정 대출이 모두 포함됐다. 부동산담보대출 이외 기타 가계대출인 전세대출과 비대면대출, 단체승인대출 등도 모두 중단됐다.

뒤이어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제한했다. 우리은행은 분기별로 신규 전세자금대출 취급한도를 설정하고 있는데, 3·4분기 한도가 소진되면서 관련 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게 됐다.

이렇게 되자 당장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했다. 결국 실수요자들은 잇따라 정부에 대출한도를 늘려달라고 호소했고, 급기야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실수요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정부는 다소 전향적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은행들 일단 급한 불만 꺼

앞으로 3개월간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풀면서 은행권은 연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하고 13조5000억원가량의 대출여력이 생긴다. 지난 7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이다. 5대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670조1539억원에 금융당국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최상단 6.99%를 적용하면 연말 잔액 716조9977억원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13조5000억원가량의 가계대출 여력에는 전세자금대출도 포함됐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전세자금대출은 이 한도에서 빠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월별 2조5000억~2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연말까지 8조원가량은 규제 없이 대출이 가능해져 은행권은 연말까지 총 20조원 안팎에서 가계대출이 가능해진다.

은행들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규제 한도까지 대출이 꽉 찼는데 이번 조치로 전세자금대출뿐 아니라 주담대, 신용대출 등에도 여력이 생겼다"며 "이번 조치가 없었다면 일부 은행은 당장 이달 말부터 대출을 전면 중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규제 완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이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 관리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소신을 지켜나가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은행권 역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은 특정 시기에 몰리는 대출이 아닌 실수요 대출이기 때문에 내년 역시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