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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돌아보겠다"는 이낙연의 청록색 넥타이

"기약 없이 돌아보겠다"는 이낙연의 청록색 넥타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 승복 입장을 밝힌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14일 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청록색 넥타이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 전 대표가 남다르게 꼼꼼한 스타일이란 점을 고려하면 해단식이란 중요한 자리에서의 넥타이엔 그의 속내가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전 대표의 '넥타이 정치학'은 익히 알려졌다. 일례로 이 전 대표의 '승리의 넥타이'로 불리는 4색 줄무늬 넥타이엔 각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 네 가지가 모두 담겨 있다. 이 넥타이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정견발표 등 '협치'를 강조해야 할 자리에서 이 넥타이를 택했었다.

이날 해단식에서의 넥타이 색상인 '청록색'은 새천년민주당의 상징색이다. 새천년민주당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정계 복귀 후 2000년 창당한 정당으로 현재 민주당의 시초다. DJ키즈로 불리는 이 전 대표는 16대 국회에 새천년민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전 대표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계에 입문했던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그간의 삶을 복기해보겠다는 메시지 아니겠나"라고 추측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행보를 묻는 주변 의원들에게 "기약 없이 돌아보려고 한다"고 답하며 구체적인 행선지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과정에서의 후유증이 적지 않은 만큼 이 전 대표에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단식 후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전 대표는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에 이재명 후보 측에서 "이 전 대표가 아무 말도 안 한 것이 맞냐"며 취재진에게 개별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침묵은 복잡한 현재 상황을 방증한다.

이 전 대표는 경선 종료 후 첫 공식 석상인 이날 해단식에서 캠프 소속 의원과 관계자에게 "요즘 저것은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에 맺힌 것이 있다. 동지들에게 상처 주지 마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시 안 볼 사람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 유린하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뿐만이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며 "지지해준 국민을 폄훼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경선 연기론이 불거질 무렵부터 이재명 후보와 '이심송심'으로 불릴 정도로 호흡이 맞았다. 결선 운명을 가른 무효표 처리를 둔 지도부 결정 역시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3차 선거인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 전 대표의 열세가 예측됐던 순간에도 송 대표는 연단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듣는 가운데 '쿠데타'라는 표현을 써 원팀을 압박했다. 예상과 달리 이 전 대표가 3차 선거인단 투표 대승을 거뒀고, 무효표 처리 철회를 재차 요구했으나 송 대표는 고민의 여지 없이 선을 그었다.

급기야 전날 이 전 대표의 경선 수용 입장문 발표 직전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라고 말해 이 전 대표의 속을 더 긁었다. 앞서 당은 논평을 통해 자당 소속인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을 직격했는데, 이례적 논평 뒤엔 송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 의원은 통화에서 "가뜩이나 심적으로 괴로운 상황에 벌써 당과 이재명 후보 측이 이 전 대표에게 이재명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급한 일도 아닌데 이 전 대표에게 일말의 시간도 주지 않고, 인간적인 예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선 누적 득표율 39%로 당내 양대 지지층을 거느린 이 전 대표 측과의 '원팀'은 아직 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에 경선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놔둘 것이 아니라 자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요구해 이 전 대표 측 정운현 공보단장과 충돌하기도 했다. 현 변호사는 이후 해당 글을 삭제했다.

송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일베'라고 거론한 것에 대해 "지지하셨던 분들 마음에 상처가 있을 것"이라며 "설 의원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이 이낙연 전 대표 지지했던 분들에게 존경을 보낸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