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반쪽짜리' 아쉬움 남긴 전국체전, 개최지 배려도 없어 '씁쓸'

뉴스1

입력 2021.10.15 05:06

수정 2021.10.15 08:50

지난 8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양궁의 김진호(오른쪽)·김제덕 등 올림픽 영웅들이 마지막 주자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1.10.8/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지난 8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양궁의 김진호(오른쪽)·김제덕 등 올림픽 영웅들이 마지막 주자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1.10.8/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14일 오후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폐막식에서 5관왕을 차지한 수영 황선우 선수가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14일 오후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폐막식에서 5관왕을 차지한 수영 황선우 선수가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14일 오후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 울산시 송철호 시장이 대회기를 전달받아 흔들고 있다 . 2021.10.1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14일 오후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02회 전국체전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 울산시 송철호 시장이 대회기를 전달받아 흔들고 있다 . 2021.10.1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을 밝힌 제102회 전국체전 성화가 14일 폐막식을 끝으로 꺼졌다.

6·25전쟁 때도 중단되지 않고 열렸던 전국제천은 역사상 처음으로 고등부만 참가한 대회로 치러져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체전 축소 개최 곤란 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했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고등부만 개최하기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올해 도쿄올림픽을 확진자 없이 치러낸 대한체육회의 선수 관리 능력과 경북도의 2년간 대회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전국체전은 반쪽자리로 전락해 47개 종목 2만6000여 명의 선수·임원단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41개 종목 1만426명의 선수·임원만이 참가한 가운데 구미시 등 경북지역 12개 시·군에서 열렸다.

고등부만 출전시킨 것은 코로나19로 전국대회가 열리지 못해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기준마련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등부는 전국체전이 열리기 전 이미 대학진학이 완료된 상태로, '대학진학을 위한 전국체전 개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체육계 안팎의 목소리다.

전국체전은 진학 여부가 달린 고등부뿐만 아니라 대학, 일반부들에게도 중요한 경기다.

대학부 선수는 전국체전 성적 없이 취업이 쉽지 않고, 실업팀 선수는 전국체전 성적에 연봉재협상, 재계약까지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인기종목의 경우 한 해 열리는 경기가 적어 전국체전만 바라보고 1년을 준비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주 개최지역인 구미시의 피해도 컸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초토화 된 가운데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상인들의 실망이 컸다. 상인들은 전국체전 특수를 바라보고 그나마 견뎠는데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고등부만 참가해 규모가 ⅓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시에서 요란하게 전국체전이 열린다고 선전을 해 열리는 것은 알았는데 전국체전 기간동안 선수단들이 다니는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며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딱 그 꼴"이라고 비꼬았다.

대한체육회와 경북도의 주 개최지에 대한 배려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구미시는 대통령이 방문할 것에 대비해 시민운동장 입구 도로를 새로 개설하면서 VIP대피 통로의 다양화를 위해 입구에 회전로타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회시작하기 며칠 전까지 VIP의 참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고 대회가 임박해서야 결국 불참이 결정됐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참가하는 대회로 인식되고 있는 전국체전이지만 구미서 열린 전국체전에는 대통령이 불참했고 그나마 총리라도 참석했어야 하는데 문체부 장관이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경상도 구미에서 열리는 데다가 투표권 없는 고등부만 참가해 대통령이 안 올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개회식에서는 주 개최지 단체장인 장세용 구미시장의 좌석이 내빈석 2열에 배치 돼 "주 개최지역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다" 며 지역민들의 원성을 샀다.

1열에는 장관과 체육회 관계자, 정치인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개회식에 "정치인들을 1열에 꼭 앉혀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양보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다가 개회식 당일 대한체육회장과 경북지사, 경북도 체육회장 등이 함께 한 저녁 만찬에 장세용 구미시장이 초청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 체육인들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완벽한 코로나19 방역을 통한 안전 체전을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무너졌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개회식 때는 3일전 PCR검사 음성 결과가 있어야 모든 사람이 출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내빈들이 있을 때만 지켜졌다.
공식행사가 끝나고 축하공연이 시작되자 내빈들은 퇴장했고 가수의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각 시도 참가선수들이 무대앞으로 몰려가 밀집상태로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질러도 제지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이럴 바에야 PCR 검사를 해 음성이 나온 지역 시민들도 입장하도록 해 축제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는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일부 종목 경기장에서는 출입자들의 PCR검사 확인도 하지 않았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