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최저임금 실증연구를 해보자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9 18:00

수정 2021.10.19 18:00

[곽인찬 칼럼] 최저임금 실증연구를 해보자
데이비드 카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는 1995년 '존 베이츠 클락 메달'을 받았다. 스타 소장학자가 받는 상이다. 이 메달은 예비 노벨경제학상으로 부를 만큼 권위가 높다. 아니나 다를까, 카드 교수가 지난주 노벨상을 받았다. 두 상을 다 받으면 경제학계에선 슈퍼갑이다.

카드는 노동경제학자다.
특히 최저임금에 관심이 높다. 1995년 '신화와 계측:최저임금의 신경제학'이란 책에서 카드는 신화 곧 통념을 깼다. 실제 계측을 해보니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8년 캘리포니아주, 1990~1991년 연방정부, 1992년 뉴저지주 최저임금 인상을 분석했다. 이론이 아니라 실증연구라 파장이 컸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카드 교수는 통념에 도전한 새로운 분석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럼 통념이 싹 사라졌을까? 그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준다고 여긴다. 친기업적인 미국 공화당은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시급 7달러25센트로 오른 뒤 요지부동이다. 2013~2014년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시도를 막았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이 있고, 주(州) 최저임금이 따로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992년 미국경제학회(AEA) 회원들은 79%가 최저임금법이 일자리를 줄인다고 응답했다. 2000년 같은 질문에선 비율이 46%로 줄었다. 카드 교수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줄긴 했어도 아직 경제학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최저임금이 일자리와 무관하다는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국은 국가 단위에서 최저임금을 실험했다. 경제학자들에게 이보다 탐나는 실증연구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우리도 국내 최저임금을 두고 실증연구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홍장표 원장은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절반은 성공, 절반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 원장은 소주성을 설계한 주역이다. 소주성의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 인상이다. 통념의 잣대를 대면 홍 원장의 증언은 아전인수로 비친다. 최저임금이라면 이부터 가는 영세기업, 자영업자들이 들으면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과연 카드 교수 말대로 최저임금이 일자리와 상관이 없을까? 주마다 최저임금이 다른 미국 사례가 한국에서도 통할까?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카드 교수는 이민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통념을 깼다. 그는 1980년 쿠바 난민 12만5000명이 한꺼번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몰려들었지만 토박이 일자리와 임금엔 별 변동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오히려 이민 노동자가 늘면 토박이 소득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린 외국인 노동자가 쏟아져 들어오면 국내인 일자리가 줄까 봐 벌벌 떤다.
이런 통념은 이민을 배척하는 논리로 종종 활용된다.

최저임금이든 이민이든 통념에 기반한 정책은 오류를 낳기 십상이다.
정치 이념을 떠나, 사실을 밝히는 실증연구를 기대한다. 그래야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지 않겠는가.

paul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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