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이제는 기업이 주주에 애정 보일 때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1 17:55

수정 2021.10.21 17:55

[강남시선] 이제는 기업이 주주에 애정 보일 때
이제는 다른 곤충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니 곤충을 넘어서 동물로까지 신분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개미' 얘기다. 국어사전에 보면 개미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개미과에 속하는 곤충을 총칭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을 말한다. 언제부터 개인투자가가 개미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시작은 개미의 '작다' '나약하다'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개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신분이다. 작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다. 일단 자금력이 든든하다. 언제든지 주식을 살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67조원을 훨씬 웃돈다. 올해 84조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였지만 여전히 더 살 수 있는 막대한 실탄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해 78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과 기관이 더 팔아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현명해졌다. '스마트 개미'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현명한 투자를 한다. 지수가 어느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판단되면 과감하게 매도한다. 매도 타이밍을 놓쳐 비자발적으로 장기투자에 들어가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이런 개미들이 최근 '뿔'이 났다. 기업에 애정을 보여줬지만 투자자를 향한 기업의 애정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셀트리온과 SK케미칼, HMM 등에 투자한 개미들이 행동에 나선 상태다.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유는 비슷하다. 주주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과 물적분할 취소 등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이 회사 미래를 위한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미들이 화난 이유는 표면에 드러난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그보다는 주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 더 크다.

특히 서학개미들이 늘어나며 관심이 높아진 글로벌 기업들의 주주정책과 비교되면서 심한 박탈감마저 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규모에 맞는 주주정책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 애플과 구글은 올해 상반기 각각 900억달러, 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 1525억달러 규모이던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지금은 3500억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대표 기업들의 주주정책은 잘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규모가 차이가 나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주에 대한 관심이다.
현재는 일부 기업에서만 주주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주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제는 기업이 주주에 대한 애정을 보일 때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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