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지원 끊긴 뒤 대부분 폐업"… '구멍 뚫린' 청년창업사업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5 18:07

수정 2021.10.25 18:30

청년몰 672곳 중 285곳 폐업
현금지원 등 보여주기식 급급
일정기간 지원후 관리 부실도
데스밸리 극복 지원책 마련을
25일 낮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청년몰 '이화52번가'는 정부의 임대료 지원이 끊긴 후 대다수의 청년 상인이 떠나가 점심시간임에도 거리가 한적했다. 사진=박지연 기자
25일 낮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청년몰 '이화52번가'는 정부의 임대료 지원이 끊긴 후 대다수의 청년 상인이 떠나가 점심시간임에도 거리가 한적했다. 사진=박지연 기자
정부의 지원을 받은 청년 창업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정 기간 임대료 등을 지원 받아 창업의 꿈을 펼쳤던 이들은 지원이 끝나는 순간 '꿈'을 져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 부족'과 '보여주기식 정책'의 타파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 "지원 끊기니 문 닫은 가게 수두룩"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년창업매장 대부분은 정부의 일정기간 지원이 끊긴 뒤로 사후 관리가 부족한 탓에 가게 문을 닫고 있다.
파이낸셜 뉴스가 25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청년몰 '이화52번가'는 점심시간임에도 인적이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지원을 받고 들어온 22개 청년창업매장 중 살아남은 곳은 9곳(올 6월 기준)에 불과하다. 남아있는 이들 마저도 겨우 버티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화52번가에서 4년간 옷 가게를 운영해온 30대 정모씨는 "임대료 지원이 끊긴 뒤로 대부분의 청년창업매장이 망했고 상인들은 이곳을 빠져나갔다"며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지금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인근에 입점한 빵집에서 근무하는 30대 한모씨는 "청년몰 조성 사업 기간에 입점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매장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무늬만' 청년몰"이라고 하소연했다. 청년몰 사업은 정부가 상점가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제공을 위해 2016년부터 시작한 정책이다. 공모로 선발된 39세 이하 청년 창업자에게 2년 간 임대료와 창업 교육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672개 청년몰 중 285개가 문을 닫아 휴·폐업률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창업사관학교',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 창업매장 사업' 등 타 청년 창업 정책 역시 올해 국정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창업 준비부터 창업 후 5년까지 판로·교육 지원을 돕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기업들 중 설립된 지 5년 이상 된 기업의 67.7%는 지난해 매출이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 청년창업매장 운영 사업의 폐업률 역시 지난 7월 기준 전체 340개 매장 중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데스밸리 극복 가능한 지원책 필요"

전문가들은 청년 창업 정책의 잇따른 부진의 원인을 데스밸리(창업 3~7년 차에 겪는 자금난 등 위기) 대비 부족과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꼽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창업의 경우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가 3~7년차에 발생하며 업종별로도 그 시기가 각각 다르다"며 "(하지만) 현 청년 창업 정책에서는 임대료·교육 등의 지원이 끝나면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로 인해 청년 창업가들이 날개를 못 달고 한 순간에 추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부 교수는 "진정으로 준비된 소수의 창업자들에게 창업 준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폭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금 지원' 등 보여주기 식 정책에 급급하다 보니 청년 창업 정책이 부진한 성과를 받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계적 사후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교수는 "청년 창업가에게 제공되는 지원의 수준을 단계 별로 낮춰가며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며 "1단계에서는 임대료·교육·공간 등 지원을 받고, 단계를 지날수록 지원 수준을 하나씩 낮춰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박지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