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씨티銀 소매금융 청산...구조조정·노사충돌 '후폭풍' 예고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5 18:15

수정 2021.10.29 14:01

고비용 기반 고용승계 부담 
인력 구조조정, 대부분 희망퇴직 전망 
노사 간 진통 불가피 
씨티銀 소매금융 청산...구조조정·노사충돌 '후폭풍' 예고
[파이낸셜뉴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부문을 '청산'하기로 했다. 당초 매각을 밀어붙였으나 인수자를 끝내 찾지 못했다. 1인 평균연봉 1억1200만원이라는 고용승계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2500명에 이르는 소매금융 관련 직원들이 대부분 퇴직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노사 간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이사회를 통해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 폐지(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통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자 부분매각으로 입장을 선회한 뒤 자산관리(WM), 카드, 여·수신 사업 부문을 각각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국내 금융사 4곳 정도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실사 후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목을 잡은 것은 직원들의 '고용승계'였다. 씨티은행의 1인 평균연봉은 1억1200만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보다도 30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근속 연수도 약 18년2개월로 높다. 더욱이 사업부문을 봐도 큰 매력이 없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씨티은행이 들어올 초창기만 해도 WM분야에서 선진 금융기법을 가진 금융사라는 강점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국내 금융사도 증권사 등을 거느리면서 고액자산가를 상대로도 씨티은행 못지않은 수익률을 낼 만큼 발전했다"고 말했다.

실제 소매금융 부문 청산이 이뤄질 경우 해당 인력 대부분은 희망퇴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지난달 말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90%를 보전해주고 최대 7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희망퇴직안을 노조 측에 전달, 협의에 돌입했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최초에 사측이 제시한 퇴직안 조건을 일부 수정해 노사가 최근 합의했으며, 관련 내용을 조만간 공식화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실제 소매금융 부문 청산이 현실화되면 대부분은 퇴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분간 노사 간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노조는 부분매각과 단계적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재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노조가 대규모 파업을 비롯한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쟁의권은 지난 6월 찬반투표를 거쳐 99.1%의 찬성률로 이미 확보한 상태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은 2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보호하고 2500명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고 밝히며 향후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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