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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라더니 결국 인재?… KT 네트워크 관리 도마 위[KT 통신망 먹통]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5 18:24

수정 2021.10.25 18:24

2018년 ‘아현 화재’ 재난 되풀이
점심결제·온라인시험·증권거래 등
‘비대면 활성화된 사회’ 피해 더 커
"신사업 집중, 설비투자 소홀" 지적도
25일 오전 11시20분부터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터넷에 대한 높아진 의존도의 파급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KT는 사고 원인을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 발표했지만 약 2시간 뒤 경로설정(라우팅) 오류 때문이라고 번복했다. 통신장애로 스마트폰의 인터넷 연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 뉴스1
25일 오전 11시20분부터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터넷에 대한 높아진 의존도의 파급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KT는 사고 원인을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 발표했지만 약 2시간 뒤 경로설정(라우팅) 오류 때문이라고 번복했다.
통신장애로 스마트폰의 인터넷 연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 뉴스1

전국 KT 유무선 네트워크 마비가 30~40분간 진행된 끝에 정상화됐지만 지난 2018년 'KT 아현 화재 사태'와 유사한 재난적 사태가 되풀이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전보다 접속 오류가 발생한 시간은 짧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전국 KT 인터넷망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탈통신을 외친 구현모 KT 대표가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을 발표한 직후여서, 일각에선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설비 투자에 소홀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인재" KT네트워크 관리 도마에

KT의 통신망 먹통 사태로 KT의 네트워크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던 KT는 2시간 만에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 때문이라고 밝히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KT가 밝힌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란 데이터센터들이 네트워크 트래픽 경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연결이 잘못되며 발생하는 오류다. 설정을 잘못하면 트래픽이 한곳에 몰리거나 혹은 접속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KT 새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라우팅 오류면 휴먼 에러(인적 사고로 발생한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라며 "신사업자로서의 기본도 충실히 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장애라는 점에서 (3년전 아현 사태와 ) 공통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찰도 정확한 사고원인과 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짧은 시간 일상을 멈춘 망 장애…피해 보상은

KT 유무선 통신망 장애로 인터넷 검색, 증권거래시스템, 음식점 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활발해지면서 시험기간인 일부 대학교에서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회사원들의 오전 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했다. 점심시간 이전부터 시작된 오류로 업무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점심시간이 겹치면서 전국 식당이나 커피숍에선 포스 등 결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이 빚어졌다.

배달음식 관련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이 먹통이 되면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상인들과 라이더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이 몰리는 점심 직전에 해당 장애가 발생하면서다.

점심시간이 겹치면서 전국 식당이나 커피숍에선 포스 등 결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손님과 업자 간 혼란이 빚어졌다.

이처럼 전국에서 다양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피해 보상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를 본 일부 자영업자는 KT에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 장사로 먹고사는 자영업자에게 피해 보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단체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KT는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아현국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북서부지역에 네트워크 먹통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시 피해 고객들은 1~6개월치 요금 감면을 받았다.


다만 이번 경우는 실제 보상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올해 기준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IP)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발생한 대부분의 접속장애는 1시간 이내에 해결돼 약관상 보상 기준이 해당이 안될 것 같다"며 "도의적인 보상을 검토하면, 과거 통신망 오류로 인한 피해보상 소급적용 요구가 나올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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