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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쪼그라든 무주택자 분노 "매매 줄면 전월세 오를텐데"[가계부채 보완대책]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6 18:09

수정 2021.10.26 18:09

"현금 부자들만 내집 마련 가능"
부동산 커뮤니티엔 성토 쏟아져
전세대출 잠기고 임대차 수요 늘면
반전세화·월세화 속도 빨라질 듯
정부가 26일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 시행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가 26일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 시행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가 26일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심사 관행 확립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추가로 내놓자 "현금 부자들만 내집 마련이 가능하게 됐다"며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추가 대출 규제로 주택거래 감소는 악화되고, 전월세 수요만 늘어나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했다.

■집 못사는 무주택자, 전세 부담 커질듯

금융위원회는 이날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2·3단계를 조기 시행하고, DSR 기준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가 축소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에 무주택자들은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값을 정부가 올려놓고 이제 와서 대출을 막아버렸다" "무주택자는 평생 무주택자로 살라는 거냐" "집 사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일부 무주택자들은 대출 규제에 따른 매매 수요 감소가 임대차 수요 증가로 이어져 전월세 가격의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대출로 집을 사기 어려워지면서 전세가격까지 급등하는거 아니냐"며 "정부가 일단 전세대출은 막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시적인 방안이라서 거주비가 더 늘어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는 전세대출 등 실수요 대출규제 강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일시적으로 올해 말까지 전세대출을 총량한도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 기준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전세 갱신 시엔 증액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랩장은 "매매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는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쉽게 응답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주택자 '똘똘한 한 채' 갈아타나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 측면에선 이번 조치가 집값 상승폭 둔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긴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금액대나 어떤 식으로든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대출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며 "주택매수가 억제됐다는 것을 주택매수 수요 자체가 바뀐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이기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지역별 주택거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 랩장은 "금리인상으로 차주의 이자부담이 점차 증가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대출한도 축소가 동반되며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 수요는 감소하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수요가 꾸준한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공급 희소성이 지속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매입수요가 제한돼 지역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R 리서치팀장도 "최근 매수심리가 위축되지만 가격상승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며 "특히 서울 등 고가 지역에서 거래량은 확실히 줄었지만 신고가 기록은 계속 나오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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