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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ESG 중심에 '여성'이 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7 18:07

수정 2021.10.27 18:07

[fn광장] ESG 중심에 '여성'이 있다
최근 ESG가 전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초기이다 보니 대부분 ESG를 환경문제로만 이해하고 있다. ESG 중심에 여성이 있다고 하면 모두 갸우뚱한다. ESG란 투자 대상의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책임 투자의 하나다. 기업지배구조에서 성별 다양성은 중요한 과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바로 금융과 투자업이다.
투자의 흐름은 사회의 가치를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도 ESG에 관한 관심은 국민연금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세계 최대 연기금의 역할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5년 전의 일이다. 우리 협회에서는 창립포럼에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 당시 최고투자책임자인 히로 미즈노를 초청했다. 그는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와 ESG 투자' 주제의 강연에서 기업의 여성인력 지수를 기준으로 한, 일본 공적연금의 ESG 투자를 소개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역할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캐나다 연기금(CPPIB)도 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참여시키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2018년 캐나다 상장기업 중 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 45개의 '지명위원회 위원장'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다양성이 이렇게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것일까?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 록의 래리 핑크 대표는 2018년 신년 인사에서 다양성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양한 젠더, 민족, 경험, 사고방식을 가진 이사회는 수준 높은 의식을 갖게 된다. 새로운 위협을 간과할 가능성이 작고, 성장 기회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사회의 다양성에 관해 아무런 정책도, 관심도 없었다. 이사회의 여성의무화제도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오히려 민간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갖추지 않고서는 글로벌 투자를 받기 어려우므로 사실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 이 제도는 내년 8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 법 시행 전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총액 2조 이상 기업의 여성 이사 참여율이 작년보다 25.3%p나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나석권 SK 사회적 가치 연구원장은 최근 우리 협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국제사회에서는 기업 경영에서 ESG 측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여성 이사 비율도 중요한 평가지표가 될 것이다. 'ESG에 관한 공부의 시간'이 지나 지금은 '실행의 시간'이다.
우리 기업들이 다양성을 담보한 ESG 경영을 실행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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