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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인공지능은 똑똑하지 않다

[강남시선] 인공지능은 똑똑하지 않다
미래는 없다. 지나온 과거와 진행되는 현재만이 존재한다. 미래는 우리가 거는 막연한 기대감에 대한 환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미래에 너무 가중치를 두는 건 위험하고 허망하다. 오지 않을 미래를 위해 현실을 헌납해서다.

미래의 총아로 각광받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차고 넘친다. AI가 진정 우리의 미래를 활짝 열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섣불리 예측하기엔 아직 AI가 가야 할 길이 멀다. AI를 통해 구현되는 미래는 디지털 환경을 지배하는 소수계급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소위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렇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똑똑한지도 확신할 수 없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범위 내에서만 작동할 뿐이다. 그 이상, 너머를 구현하기에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가령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뽐내지만 복잡한 도시에서는 젬병이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평가 일색이다. 마치 인간을 구원할 그 무엇이라도 되는 양 찬양과 숭배의 대상으로 신격화됐다. 인공지능은 어느덧 또 하나의 '신'으로 부상했다 만일 인공지능이 인간의 바람대로 감정과 현실 인식을 자유자재로 한다면 그것이 펼쳐질 미래는 오히려 끔찍하고 암울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앞당기는 현실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래 역시 그 협소한 범위 내에서만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그런 영화 같은 미래는 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어쩌면 인간에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유토피아가 실현될 경우 인간의 힘과 에너지는 더 이상 사용할 대상을 찾지 못해 퇴화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유토피아는 늘 실패한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로 흐를 가능성이 더 높다. 희발성 지식의 난무로 원본은 사라지고 복제가 원본이 되는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기술복제의 암울한 시대를 예견했던 발터 베냐민의 경고대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사유의 힘이 상실되는 위험사회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닮은 존재가 되게 하려면 연구자들은 인간처럼 타고난 지식과 능력을 통합하고, 지식을 합성적으로 표상하고, 지속성 있는 조직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계적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는 지능을 동기와 혼동하고, 믿음을 욕구에, 추론을 목표와,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AI의 선구자 마빈 민스키는 1967년에 "인공지능의 문제 대부분은 한 세대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뒤로 50년이 흘렀지만 아직 그런 전망들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런 전망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