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음식점 총량제는 선거용 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1 18:30

수정 2021.11.01 18:30

[곽인찬 칼럼] 음식점 총량제는 선거용 쇼
문재인정부는 규제의 역설로 넘친다. 얼마전 통계청은 8월 기준 비정규직이 806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64만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8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문 정부는 공공부문에 비정규직 제로라는 규제 울타리를 쳤다. 실제 작년까지 공공기관에서 20만명가량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전체 비정규직 숫자가 늘었으니 규제의 역설이 따로 없다.


규제는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최성락 교수(동양미래대)는 책 '규제의 역설'에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실시한 '마진 30% 룰'을 예로 든다. 원가 대비 이윤을 30% 이내로 묶어 기업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기업은 아예 생산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최 교수는 "3년 새 무려 80%의 기업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공급이 주니 값이 급등했다. 마진 30% 룰은 서민에게 독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주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말했다. 그는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 후보의 선의를 이해한다.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릿과 애벌레다. 모래밭에 개미지옥을 파고 숨어 있다 개미가 떨어지면 낼름 잡아먹는다. 진작에 자영업은 과잉경쟁 우려가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년간 음식점은 코로나 폭탄을 맞았다. 내가 음식점 주인이라면 이 후보의 관심이 고마울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후보에게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총량제가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나쁜 규제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치료하는 데 그친다. 다른 말로 하면 땜질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보자. 정부는 만만한 공공기관을 상대로 팔을 비틀었다. 비정규직이 왜 생기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원인이다. 이를 풀려면 정규직 귀족노조의 양보가 필수다. 하지만 정부는 뿌리는 놔두고 증상만 치료했다. 속이 곪았는데 연고만 바른 격이다.

음식점 허가총량제 역시 땜질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음식점이 과당경쟁으로 치닫는 원인은 놔두고 증상만 치료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8월 기준 24%)이 유달리 높다. 그 가운데서도 음식점은 레드오션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왜 그럴까. 이 원인을 치료해야 좋은 규제다.

자영업 난립엔 여러 원인이 있다. 일자리 부족이 제일 큰 이유다. 부실한 복지도 한몫한다. 한국은 회사를 나오는 순간 벼랑끝에 선다. 노후가 불안하니까 어떻게든 빵집을 내고 음식점을 차린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형편없이 낮다. 음식점이 개미지옥을 면하려면 이들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게 먼저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으로 지낼 만하면 굳이 전쟁터로 나설 까닭이 없다.


음식점 개미지옥을 바로잡으려는 이 후보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다만 총량제 같은 땜질 규제는 선거용 쇼에 불과하다.
돈이 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영업자 복지를 넓히는 근본치료가 정공법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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