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지난달 한은 금리인상 소수의견 "인플레-금융불균형 우려"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2 16:46

수정 2021.11.02 16:4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금리인상을 주장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금융불균형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방리스크와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10월12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밝힌 위원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장기화와 자산가격 급등을 금리인상의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동결됐지만 임지원·서영경 금통위원 2명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기준금리를 현재 0.75%에서 1.0%로 0.25%p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우선 한 위원은 "국가별, 산업별 경제회복세의 차별화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심화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공급충격은 글로벌 수요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일부 상품가격의 오버슈팅(overshooting)으로 이어짐으로써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경제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수요 회복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또 민간소비의 감소폭도 상대적으로 완만해, 전체적으로 양호한 모습으로 10월 말경 백신접종 확대를 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면 회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비해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물가와 금융 측면에서는 보다 주의를 요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소비자물가는 지난 6개월간 2%대 중반의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물가전망에 있어서 상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대 중반으로 상승한 상황이어서 향후 물가흐름의 상방리스크에 대해 보다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측면에서는 지난 8월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의 위험선호현상과 레버리지 투자가 지속되는 모습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매매와 전세자금 수요를 중심으로 전년도 월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고, 주택가격 오름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금리인상을 주장한 또다른 위원도 물가 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세계경제는 양호한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고 세계경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하방리스크가 축소되고 있고 소비심리 개선과 주력 품목에서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물가전망에 대한 상방리스크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회복과 공급문제가 맞물리면서 원자재가격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환율 움직임도 추가적인 상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 상승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금년과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이는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을 통해 실질금리를 낮추고 나아가 임금 및 자산가격에 대한 상방압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불균형 누적 역시 지속된다고 봤다. 8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의 레버리지를 통한 수익추구행태가 이어지고 있어 금융불균형 누적 정도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금융불균형 위험을 고려한 통화정책적 대응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속된 금리인상이 경기 상승세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금융상황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완화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에 따른 단기비용보다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금융안정과 기대인플레이션 안착을 통한 편익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책효과의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전제로 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금리조정에 대한 총수요의 민감도가 경기확장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서도 경기상승 초기에는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성장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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