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LCD 슈퍼사이클 마감… 역대급 실적에도 경고등 [전자부품업계 비상]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2 18:05

수정 2021.11.02 18:25

D램 공급과잉 ‘메모리 고점론’ 우려
관련업체들 기술 개발 등 월동 준비
4분기 재고 정리·경쟁력 강화 집중
디스플레이는 OLED 전환에 속도
반도체·LCD 슈퍼사이클 마감… 역대급 실적에도 경고등 [전자부품업계 비상]
코로나19 장기화로 뜨거웠던 메모리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부품 시장에 겨울이 닥치면서 국내 주요 업체들의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관련 업체들은 아직까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차세대 기술 개발과 수익성 극대화, 공정 전환 등을 통한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삼성·하이닉스 내실 다지기 나서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3·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뒤로 하고 슈퍼사이클이 끝난 4·4분기부터는 재고 정리와 주력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의 재무 상황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 전체(세트 부문 포함)의 재고자산이 3·4분기 기준 1년 새 32조4428억원에서 37조8017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재고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폭이 줄었고, 재고도 낮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우려 확산을 경계했다.


한 부사장의 말은 상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메모리 시장에 경쟁사가 난입했던 과거에는 누군가 망할 때까지 저가 생산을 계속하는 '치킨게임'이 유행했으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으로 '빅3' 구도가 굳어진 이후로는 이들 업체가 시황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며 안정적인 가격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D램 최대 고객사인 현재 PC 제조사들은 10주 이상의 D램 재고를 보유 중이며 일부는 14주 이상까지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이는 평상시의 2~3배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메모리 고점론'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4·4분기 시설투자 규모를 처음 밝히지 않은 것은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3·4분기 말 재고자산도 6조6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7.6% 증가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사가 재고를 우선 소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가격 협상이 장기화 양상을 보였다"고 전하면서 실제 현장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에 돌입한 업계 최소 선폭 14나노 D램과 하반기 7세대 V낸드 양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D램 실적 쏠림이 심한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 완료와 함께 최근 키파운드리 인수를 결정했다.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 능력은 지금의 2배가 돼 비메모리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된다.

■LCD는 중국에 주고, 미래는 OLED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TV 전략 로드맵을 고려해 내년 말께 LCD 라인을 철수하고 퀀텀닷(QD) OLED 패널 양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3·4분기 QD OLED 패널 시제품 생산을 끝내고 전략 고객사들과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2025년까지 3개의 추가 대형 QD 라인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삼성전자의 QD 디스플레이 TV 출시 시점이 LCD에서 OLED로 주요 시장이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매출 비중은 올해 38%에서 내년 4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TV 패널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정보기술(IT) 부분으로 전환했다.

회사는 "LCD 연간 생산능력은 2018년 말 대비 25% 줄었다"면서 "IT 내에서도 고해상도와 하이엔드 제품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패널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 역사적인 최대 흑자를 냈다"며 "하반기 가격 하락에도 연간 이익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패널업체의 수익성은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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