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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 덮쳐도 캐시백·소비쿠폰… 정부發 '인플레' 온다 [물가 10년만에 최대 상승]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2 18:07

수정 2021.11.02 18:37

소비진작책 쏟아내며 유동성 자극
원자재값 상승·전기요금 인상
이달에도 서민 가계부담만 커져
장 볼때마다 고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년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뉴시스
장 볼때마다 고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년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뉴시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가 넘게 오르면서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물가가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 유가가 나날이 오르고 있고,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물가 상방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 살림살이와 직결된 생필품 물가가 곳곳에서 급등하는 점이 우려된다. 정부의 연간 물가안정 목표치인 2%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비 빼도 2.5%↑…물가 상방압력 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2012년 1월 이후 9년8개월 만에 3.2% 상승하며 108.97(2015년=100)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물가 오름세가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16~34세, 65세 이상 국민에게 1인당 2만원씩 통신비를 지원한 바 있다. 실제로 통신비 상승분의 기여도는 0.67%p로 집계됐다. 통신비 상승분을 제외하면 지난달 물가 등락폭은 약 2.5%에 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5% 역시 지난 9월 상승폭과 같은 수치로, 물가 상승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상방압력을 누르기 위해 적극적으로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먼저 오는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20% 인하한다. 이를 적용하면 휘발유는 L당 164원을, 경유는 116원을, LPG부탄은 40원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관세율도 0%로 한시적으로 낮추고 쌀과 축산물 할인행사와 배추, 무, 고추 등 김장채소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억원 기재부 차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 단계에서 부과되기 때문에 12일 유류세 인하조치 시행 이후에도 인하 전 반출된 휘발유가 시중에 유통되며 인하 효과 반영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분인 휘발유 기준 L당 164원이 소비자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대책을 철저히 수립·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유동성 촉진하는 소비쿠폰·캐시백 등 정책 자제해야"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와 환율 등 앞으로 물가상승 요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유가 흐름이다. 유가가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면 재화의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월 넷째주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83.4달러로 전주보다 0.4달러 올랐다. 지난달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률 역시 전년동기 대비 4.3% 올랐고 구체적으로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LPG(27.2%) 등이 상승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역시 지난 15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 발표 당시 "국제유가, 환율 상승 등 상방 요인이 있어 이달 3%대 물가 상승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 역시 유가가 물가 상승률을 가장 크게 견인하고 있다고 본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뭘 하든지 유가가 뛰면 물가가 전부 뛰게 돼있다"면서도 "다만 유가 때문에 물가가 올라가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인한 물가상승이기 때문에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풀린 유동성 흐름도 물가 상승률을 계속 견인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소비를 촉진하는 카드캐시백, 소비쿠폰 등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 영향으로 이미 유동성이 풀릴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소비촉진 정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서비스는 변하지 않았는데 가격만 뛴 집값 등 경제활동에 따르지 않은 유동성이 더 큰 문제"라며 "생산활동이 아닌 부채로 인한 유동성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난다면 스태그플레이션도 생각할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자금으로 과도하게 퍼붓는 것을 자제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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