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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대책] 희망이 안 보이는 세상서 구원이 필요하다면

[책대책] 희망이 안 보이는 세상서 구원이 필요하다면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책대책] 희망이 안 보이는 세상서 구원이 필요하다면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 김은주/ 허밍버드
"인생은 인생만의 계획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등장하는 대사로 아무리 철저히 계획한다고 할지라도 인생은 결국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뜻한다. 인생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루할 틈없이 매일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괴로움이 따라오는 경우도 많다.

최근 2년간 많은 사람이 후자의 경험을 뼈저리게 했을 것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전염병이 우리를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위드 코로나'라는 전환점을 다시 앞두고 있다. 물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밀리의 서재에서 밀리 오리지널로 선공개되고, 최근 신간으로 발표된 김초엽 작가의 신작 베스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의 주인공들 또한 우리와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소설은 '더스트'라는 먼지에 노출되면 모두가 죽는 전무후무한 재앙이 지구에 덮친 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더스트' 사건을 연구하던 연구원 아영은 어떤 식물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되고, 식물의 근원지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그 끝에서 당시 '더스트'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했던 온실의 존재를 발견하고, 온실에서 재배된 식물 모스바나가 '더스트'를 잠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알게 된다. 식물과 얽힌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들을 파고들며, 아영은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세상을 구원한 건 자기 자신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은 불확실한 인생이라도 그저 손놓고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대신 낙관적인 희망은 가져볼 법하다. 언제나 해답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 마치 소설 속 인류가 뜻하지 않는 역병에 공격받았을 때, 세상을 구원한 힘이 의도치 않은 곳에서 나온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힘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돌보고자 하는 작지만 간절한 바람에서 발현된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은주의 신작, '나라는 식물을 키워 보기로 했다'에서는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일수록 진심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돌보는, '셀프 가드닝(Self Gardening)'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나아지지 않은 코로나 상황, 타인의 날카로운 시선, 실수에서 비롯된 자책 등 유해한 것들에 둘러싸인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한 건 인생을 바꿀 결단이 아니다. 대신 일상 속에서 매일 나를 가꾸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씨앗이 잘 자라 풍성한 이파리를 이루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매일의 돌봄과 관심이 필요하듯,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시간을 따로 분리해 여유를 챙기기, 일상을 기록하며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마음을 해하는 사람들을 멀리하기, 이처럼 사소하지만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일들을 차곡차곡 해나가는 일이야말로 하루를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차갑고 쓸쓸하다면 더더욱 식물이 햇볕을 쬐듯, 따뜻한 돌봄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특별한 신체 능력부터 예리한 통찰력, 투철한 사명감과 정의로움, 뛰어난 지능까지 두루두루 갖춘 영화 속 주인공이나 위인전 속 인물 같은 영웅처럼 지금껏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영웅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하지만 어쩌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으로, 속한 사회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각박하다 느껴진다면 마음속 식물이 생기를 잊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상을 구하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구 끝의 온실' 속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가꿔낸 식물이 거대한 재앙에서 세상을 구했듯이, 사소하지만 따뜻한 돌봄이 커다란 구원을 이룰 수 있다.

박혜주 밀리의서재 에디터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