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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7 18:00

수정 2021.11.17 18:00

[fn광장]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에 비해 6.2% 오르면서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우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2%로 2012년 1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고, 인플레이션 시기에 가계 자산을 보전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은 있을까?

물가상승 요인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올해 2·4분기부터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수준을 넘어서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를 올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2개월 후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여기다가 일부 원자재와 중간재의 병목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아졌다.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상승 속도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올해 들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을 찾고 있다. 그 자산이 주식, 부동산, 금 등이다. 이들 자산이 모두 물가보다 더 올라 자산가치를 보전해준 셈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 이런 자산에 투자를 늘려야 하는가에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물가상승률과 이들 자산가격 변동률 사이의 시차 관계를 구해보았다. 2000년 이후 통계분석에 따르면, 주가와 집값이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선행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론해볼 수 있다.

자산가격은 경기에 선행한다. 실제로 주가나 집값 변동률이 현재의 경기 상태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에 4~5개월 앞서갔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부의 효과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총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곧바로 상승하고 정책당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이다. 물가가 오르는 초기 국면에서는 경기는 좋으나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산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후 역의 부의 효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자산가격이 더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나 집값이 소비자물가보다 더 오르면서 실질적으로 자산가치를 보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자산가격과 경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현 시점은 경기 확장의 후반에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국면이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시차를 두고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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