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 급식실 등 특정 작업선 비장애인보다 능률 더 올라" [우리도 일할 수 있어요]

김해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4 17:51

수정 2021.11.24 17:51

(下) 발달장애인도 근로자 될 수 있다
중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전씨
"출근하고 일하는 거 너무 좋아요"
고용연계 훈련 프로그램 큰 도움
단순 도움보다 고용 문 더 열어야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중 조리 실무사 전연수씨(가명·26)가 지난 22일 급식실에서 밥통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중 조리 실무사 전연수씨(가명·26)가 지난 22일 급식실에서 밥통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해솔 기자
"출근하고 일하는 거 기분 좋아요. 집에 있으면 방에 누워만 있거든요.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제 방은 좀 좁아요.(웃음)" 지난 22일 오전 11시. 경기도 동두천시 소재 생연중학교 급식실. 점심 시간을 준비하던 조리 실무사 전연수씨(가명·26)는 뒤집혀 놓여 있는 식판들을 손으로 훑었다. 그는 "식판 온도를 확인했다"며 "식판이 너무 뜨거우면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과 능률 차이 거의 없어요"

지적 장애 2급인 연수씨는 6년째 생연중에서 교육 공무직 조리 실무사(급식 보조)로 일하고 있다. 그는 무기 계약직이다.
주5일 휴식 시간을 포함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일한다. 10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이날 연수씨는 오전 10시부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점심 시간이 될 때까지 잠깐의 휴식도 없었다. 급식 도구들을 세척하고 나면 대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그리고 곧바로 배식판과 조리된 음식 등을 옮겼다. 식당을 오가며 구석구석 쓰레기를 치우고, 식탁과 의자를 정돈하며 꼼꼼하게 챙겼다.

영양사 고모씨(42)는 "평소 꾀를 부리거나 시간을 못 맞추거나 업무를 까먹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꼭 특정 시간에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연수씨를 콕 집어 부탁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급식 업무는 예외 상황이 거의 없는 일이라 연수씨 같은 지적 장애인에게 잘 맞는 것 같다"며 "비장애인과 능률 차이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수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도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연계 추진하는 '각급학교 내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들어왔다.

이 사업을 통해 발달 장애인 학생은 급식 보조와 사서 보조, 행정 보조 업무 등에 지원할 수 있다.

생연중 특수교사 박성일씨(38)는 "이 사업을 통한 일자리는 비교적 처우가 좋아 모두 가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경쟁률이 치열해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 "공동체 기여할 기회줘야"

연수씨와 같은 발달 장애가 전체 장애 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교육·일자리·인권 문제 등 국가적인 관심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고용 연계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발달 장애인 훈련 센터'가 전국에 19개 있다"며 "특수학교를 졸업한 발달 장애인 중 일자리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직업 훈련을 통해 취업을 시키고 있고 취업률은 90%가 넘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발달 장애인 고용률은 23.2%로 저조하다"며 "복지·교육·노동 영역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협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3개 부처(보건복지부·교육부·고용노동부)가 3년째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아마 내년 정도부터는 실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 장애인 고용 문제를 개선하려면 함께 일해야 하는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과 포용력도 필요하다.
박 교사는 "발달 장애 아이들을 취업시킬 때 회사 사람들이 싫어해서 무산된 사례가 많다"며 "처음에는 같은 지시도 2~3번 얘기해 줘야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비장애인 동료들이 인내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0년 넘는 경력의 또 다른 특수교사 안모씨(41)는 "자폐 성향이 있는 장애인 중에는 특정 작업에서 비장애인보다 높은 능률을 보여 주기도 한다"며 "발달 장애인을 취업시키고 일을 시켜 보면 사람들이 가치를 알 텐데 기회도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순히 '불쌍하니까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동체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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