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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본궤도에 진입한 이재용표 뉴삼성

비메모리 1위 향해 진군
반도체특별법 처리 시급
[fn사설] 본궤도에 진입한 이재용표 뉴삼성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존 코닌 상원의원(왼쪽부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예상 투자액은 170억달러(약 20조2000억원)로,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제공)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이 주도하는 '뉴삼성'이 본궤도로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2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내년 초 착공, 2024년 완공 예정이다. 테일러 공장은 인근 오스틴 공장에 이어 미국 내 두번째 비메모리 생산시설이 된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비메모리 2030비전을 발표했다.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2030년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테일러 공장은 비메모리 세계 1등으로 가는 교두보다.

지난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열흘가량 미국 동·서부를 훑었다. 바이오 제약사 모더나에 이어 버라이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을 대표하는 통신·IT 기업 수장들을 잇따라 만났다. 워싱턴DC에선 백악관 관계자와 핵심 의원들을 만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순방 막바지엔 현지 삼성 연구원들을 만나 "단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론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새로운 삼성, 곧 뉴삼성은 이재용표 경영 캐치프레이즈다. 선대 회장 사례를 보면 뉴삼성 전략은 시의적절하다. 이건희 전 회장은 1987년 창업주(이병철)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93년 이 전 회장은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발표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말은 시대의 유행어가 됐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부친이 쓰러진 뒤부터 사실상 삼성을 이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을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바꾸었다. 부친이 별세(2020년 10월)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더욱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됐다. .

뉴삼성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최강이다. 그러나 비메모리 시장은 기존 강자가 즐비하다. 삼성이 공을 들이는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압도적인 1등이다.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에 도전장을 냈다. 과거 삼성전자는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메모리 1위로 올라섰다. 비메모리에서도 같은 성과를 거두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부회장이 말한 '새로운 삼성'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하는 형극의 길이다. 그만큼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더이상 기업 혼자 힘만으론 헤쳐나갈 수 없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놓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 일본은 대만과 공조를 모색 중이다. 넋놓고 구경만 하다간 큰코 다친다.
국회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특별법부터 서둘러 처리하기 바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대기업 특혜니 뭐니 하는 논란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