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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 제로금리 마감, 성장률 회복에 찬물 아니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5 18:00

수정 2021.11.25 18:00

물가불안에 매파 결정
대선에 휘둘리지 않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제로금리 시대는 1년 8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제공) 사진=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제로금리 시대는 1년 8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제공) 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가 됐다. 제로금리 시대는 2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렸으나 올 8월부터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1·4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긴축을 중시하는 매파 본능을 드러냈다. 가장 큰 배경으로 물가불안이 꼽힌다. 지난 10월 물가는 전년동월비 3.2% 올랐다.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의 목표 수준(2%)을 훌쩍 넘어섰다. 원유·석탄·천연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물류마저 삐걱거린 탓이다.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상의 가치로 친다. 고물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층이다. 그런 점에서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인상은 이해할 만하다. 주가·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에 낀 거품를 빼는 데도 금리인상이 특효약이다. 9월말 기준 1845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물가불안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6.2% 올랐다. 31년 만에 가장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성명을 내고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최우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유임시킨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파월 의장은 "고물가는 특히 음식, 주택, 교통 등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돈줄을 조이면 당장 성장에 부작용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위기를 딛고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 금리인상은 이 같은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장률 회복세는 "재정이 만든 거품"이라며 함부로 금리를 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성장보다 물가를 중시했다.

금융권 대출자들은 더 큰 이자 부담을 지게 됐다. 은행 등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0.25%)만큼만 대출금리를 올려도 추가로 갚아야 할 이자가 수조원 넘게 불어난다. 코로나 위기 속에 하루하루 살기에도 빠듯한 자영업자 등 서민층에 기준금리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한 이유다.

이 총재의 금리정책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작년엔 선제적인 대폭 인하로 경제가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걸 막는 데 앞장섰다.
이번엔 거꾸로 선제 인상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라 주목된다.
인하든 인상이든 한은이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금리 결정을 내리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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