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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한' 이재명의 답은 '강한 민주당'…'독주' 부각되면 득보다 실

뉴스1

입력 2021.11.26 07:44

수정 2021.11.26 08:4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국민의 질타 앞에 고개 숙이며 쇄신을 선언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택은 반대편도 포용하는 '유연한 민주당'이 아닌 강한 추진력을 목표로 한 이재명 스타일의 '불도저 민주당'으로 귀결되고 있다.

일사불란한 일처리를 위해 그동안 나눠먹기식으로 보직이 배정됐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는 어느덧 이 후보의 뜻을 가장 잘 아는 핵심 측근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으며, 이 후보는 그 가운데 과거 '도지사 시절'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빠르게 당을 장악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일 잘하는 이재명'으로 국민 앞에 서겠다는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지난해 4·15 총선 이후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된 뒤 자행됐던 입법 독주가 재연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야당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벌써 이 후보의 마이웨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재명의 민주당'이 야당이나 정부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6일 민주당 선대위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후보가 쇄신을 선언한 뒤 이날까지 6일 동안 최소 16명의 당직자 및 선대위 관계자가 사퇴를 선언했다.

당에서는 윤관석 사무총장, 박완주 정책위의장, 유동수 정책위부의장, 고용진 수석대변인, 서삼석 수석사무부총장, 송갑석 전략기획위원장, 민병덕 조직사무부총장 등 7명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중 윤 사무총장과 송 전략기획위원장이 옷을 벗었고 나머지는 유임 또는 추가 교체를 기다리는 중이다.

선대위에서는 앞서 김두관·박용진·이광재·김영주 공동선대위원장과 홍익표 정책본부장 등 5명이 보직에서 물러났으며 이날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과 조정식 상임총괄선거대책본부장, 박홍근·최인호 비서실장 등 4명이 추가로 사의를 표명해 총 9명이 선대위 보직을 내려놨다.

공석이 된 자리는 이 후보의 측근들이 속속 임명됐다. 당 사무총장에는 이 후보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른바 '7인회' 중 한 명인 김영진 의원이 임명됐으며 전략기획위원장에는 강훈식 의원이 선임됐다. 김 의원과 강 의원은 각각 선대위 총무본부장과 전략본부장도 맡게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의 임명은 당과 선대위 보직을 일원화해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하고 정책과 의사결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새로운 이재명 민주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이같은 이재명 친정체제는 이 후보의 뜻에 맞는 정책에 속도와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실제 24일 열린 민주당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당이 추진해야 할 입법에 우선순위를 매기며 정책 속도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당원과 지지층이 원한다는 미명하에 속도와 성과만을 강조하며 숙의기간을 거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과거 4·15총선 이후 민주당처럼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승리로 180석의 슈퍼정당이 된 뒤 공수처3법, 추가경정예산안, 종합부동산세 강화, 임대차3법 등을 강행처리하는 입법 독주를 시전했다. 특히 임대차3법의 경우 전월세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국민의힘과 업계의 반대가 있었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민주당의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졌으며 한 번 잃은 민심은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폭등에 이어 전셋값마저 오르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과거 임대차3법과 같은 입법 독주가 이 후보 체제에서 이어질 경우 중도층 표를 얻어야 하는 대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24일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 후보에게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법안을 이렇게 (패스트트랙으로) 끝내버리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불협화음도 있을 수 있다"며 "정리된 논의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핵심 인사 교체를 보면 이 후보의 쇄신 의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며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쇄신의 결과가 좋으면 '역시 이재명'이라는 소리와 함께 대선 승리로 이어질 것이고, 반대로 잘못될 경우 이제는 '원톱' 체제가 됐기 때문에 이 후보가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입법독재라며 맹비난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입법독재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해 놓고 반성은커녕 또다시 법안 강행을 부추기는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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