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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킨보탐 와인, 호주 최고의 포도가 특급 와인마스터를 만나면?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6 15:25

수정 2021.11.29 13:31

호주 맥라렌배일 클라랭던 특급 와이너리.. 높은 고도에서 나는 포도 덕에 산도와 집중력 좋은 와인 생산
왼쪽부터 히킨보탐 브룩스 로드 2019(Hickinbotam Brooks Road 2019),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 2016(Hickinbotam The Revivalist 2016), 히킨보탐 트루맨 2016(Hickinbotam Truman 2016), 히킨보탐 더 피크 2016(Hickinbotam The Peake 2016), 히킨보탐 더 피크 2018(Hickinbotam The Peake 2018).
왼쪽부터 히킨보탐 브룩스 로드 2019(Hickinbotam Brooks Road 2019),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 2016(Hickinbotam The Revivalist 2016), 히킨보탐 트루맨 2016(Hickinbotam Truman 2016), 히킨보탐 더 피크 2016(Hickinbotam The Peake 2016), 히킨보탐 더 피크 2018(Hickinbotam The Peake 2018).
히킨보탐 와이너리와 포도밭 전경.
히킨보탐 와이너리와 포도밭 전경.

[파이낸셜뉴스] 쉬라즈(Shiraz)도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도 메를로(Merlot)도 이 와이너리 손길이 지나가면 정말 달라진다.

호주 맥라렌 배일(McLaren Vale)에 위치한 히킨보탐(Hickinbotam) 와이너리는 와인을 참 잘 만드는 곳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쉬라즈 와인은 의외로 두껍지 않게 섬세한 맛을 띠고, 보르도를 상징하는 품종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진중하면서도 고급스럽게 풀어낸다.

지난 19일 호주를 대표하는 유명 와이너리 히킨보탐이 신규 빈티지를 론칭하며 국내 관계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1971년 설립된 히킨보탐은 최고의 지중해성 기후를 갖추고 있다는 맥라렌 배일, 그 지역에서도 가장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는 최북단 클라랭던(Clarendon)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315m에 자리한 185ha 규모의 포도밭은 대부분 남향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경사가 최대 40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형성돼 있다.
이 곳에는 쉬라즈, 그르나슈(Grenache) 등 지역 포도품종을 비롯해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말벡(Malbec), 쁘디 베르도(Petit Verdot) 등 보르도 품종이 함께 생산된다.

이처럼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지만 워낙 고도가 높고 서늘해 하나같이 집중력 좋은 포도가 나온다. 호주의 '국보 와이너리'로 취급받는 펜폴즈(Penfolds)의 '빈(Bin) 757와인이 여기의 포도를 가져다 만들 정도다.

크리스 카펜터.
크리스 카펜터.
피터 프레이저
피터 프레이저


좋은 포도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두 명의 와인 마스터다. 미국 나파밸리의 '까베르네 소비뇽 마스터'로 불리는 크리스 카펜터(Chris Capenter)와 호주의 'GSM 마스터' 피터 프레이저(Peter Fraser)가 주인공으로 크리스 카펜터는 높은 고도에서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을 아주 잘 만지기로 유명하다. 컬트 와인으로 유명한 로코야(Lokoya) 등에서 이름을 날린 스타로 현지에서는 '마운틴 맨(Mountain Man)'으로 불린다. 까베르네 소비뇽을 아주 클래식하고 엘레강스하게 다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터 프레이져는 그르나슈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특급 마스터로 1%, 2% 비율의 차이까지도 구분해 다룬다. 쉬라즈도 아주 잘 만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합작해 만드는 와인은 정말 특별한 느낌을 준다.

이날 선보인 히킨보탐은 히킨보탐 브룩스 로드 2019(Hickinbotam Brooks Road 2019),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 2016(Hickinbotam The Revivalist 2016), 히킨보탐 트루맨 2016(Hickinbotam Truman 2016), 히킨보탐 더 피크 2016, 2018(Hickinbotam The Peake 2016, 2018) 등 5가지 와인이다. 모든 와인이 정상급 품질을 보여주지만 '더 리바이벌리스트'와 '더 피크'는 압권이다.

히킨보탐 와인, 호주 최고의 포도가 특급 와인마스터를 만나면?

■히킨보탐 브룩스 로드 2019(Hickinbotam Brooks Road 2019)
쉬라즈 100% 와인으로 반짝이는 보랏빛이 아주 어린 와인임을 직감케 한다. 질감도 무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스월링을 통해 올라오는 향은 꽤 강하고 진하다. 산도가 기반된 아로마가 신선하며 제비꽃 같은 작은 붉은 색 꽃향기가 난다. 감초 같은 약간의 달치근한 향신료 느낌도 있다. 잔을 기울여보면 신선하고 부드러운 아로마가 인상적이다. 쉬라즈임에도 산도가 아주 좋으며 질감도 의외로 미디엄이나 미디엄 플러스 정도로 가볍지 않다. 가장 기본급의 와인임에도 맛있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올 정도로 품질이 좋다.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 2016.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 2016.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 2016(Hickinbotam The Revivalist 2016)
메를로 100% 와인으로 '호주의 페트뤼스(Petros)'로 불리는 와인이다. 진한 루비빛을 띠는 와인으로 림에서는 약간의 색이 빠져있다. 잔에서는 부드럽고 진한 아로마에 바닐라 향이 섞여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검은 계열의 묵직한 아로마가 인상적이다. 산도가 아주 좋으며 타닌도 입속으로 촘촘하게 진흙처럼 내려앉는다. 와인을 삼키고 난 후 산도가 갈수록 강해지며 여운이 길다. 부드럽고 진하고 무겁지만 산도가 좋아 다재다능한 스포츠 선수를 보는 느낌이다.

■히킨보탐 트루맨 2016(Hickinbotam Truman 2016)
까베르네 소비뇽으로만 만드는 와인으로 반짝이는 루비빛이 발랄한 느낌을 준다. 잔을 돌리기도 전에 까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매콤한 향과 블랙 계열의 아로마가 올라온다. 입에 머금어보면 아로마가 아주 신선하며 카랑카랑한 느낌을 준다. 질감도 중간 정도로 무겁지 않으며 산도가 좋다. 타닌은 아직 덜 풀어진듯 몽글몽글 뭉쳐 들어온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쯤 모습을 사악 드러나는 초콜릿 향이 좋다. 맛있는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히킨보탐 더 피크 2018.
히킨보탐 더 피크 2018.


■히킨보탐 더 피크 2016, 2018(Hickinbotam The Peake 2016, 2018)
히킨보탐의 리스트의 정점에 서 있는 와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즈가 블렌딩 된다. 2016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이 55%, 쉬라즈가 45%였지만 2018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이 57%, 쉬라즈가 43%로 섞였다.

보랏빛이 살짝 도는 루비색 와인이지만 굉장히 불투명하고 진하다. 스월링을 해보면 아로마는 거의 올라오지 않고 독특한 향신료 느낌만 있다. 특히 2018 빈티지는 두엄 향이 가미된 야생 효모 냄새가 있다. 잔을 기울이자 그제서야 아로마가 확 피어난다. 고급스럽고 진하고 풍만한 블랙계열의 아로마다. 빈티지별로는 2016빈티지는 아직 열리지 않은 느낌이고 2018빈티지는 아로마가 출렁댄다. 와이너리 관계자는 2016 빈티지가 더 단단하며 구조감이 좋아 장기숙성에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입속에서 와인이 사라질때쯤에는 타닌이 촘촘하면서도 두껍게 입속에 내려앉는다. 마치 시폰 케익을 입에 문 느낌 같다.
독특한 경험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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