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獨 첫 여성 외무장관 탄생…'인권 중시' 녹색당 안날레나 배어복

뉴스1

입력 2021.11.26 15:22

수정 2021.11.26 15:39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녹색당 대표.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녹색당 대표.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트램펄린 선수 출신 녹색당의 공동대표가 독일 첫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취임한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녹색당의 안날레나 배어복 공동대표가 독일 첫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취임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배어복 대표는 이번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에서 녹색당의 총리 후보로 출마했으나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그럼에도 기후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와 독일 정치의 "새로운 출발"을 약속한 배어복의 공약으로 녹색당은 지난 9월26일에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1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이후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으로 구성된 일명 '신호등 연립 정부'는 배어복 대표를 외교부 장관직에 임명했다.

◇유럽연합(EU) 강력 지지…러·중에 강경 노선 예고

국제법 전문가인 배어복 대표는 독일 외교의 중심에 인권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상업적인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추구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때보다 러시아·중국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을 강력히 지지하는 배어복 대표는 안보와 국방 문제에서 유럽의 더 큰 책임 부담을 지지한다.

다만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동맹국들의 심기 건드린 노드 스트림2 가스관 추진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노드 스트림2는 발트해를 거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수송하는 가스관 개발 프로젝트다.

배어복 대표는 최근 러시아가 송유관이 완전히 인증될 때까지 가스 공급을 보류해 유럽의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독일 스스로 '협박당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발언했다.

또 중국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화와 강경책"을 주장했으며 유럽연합(EU)이 중국과 거래할 때 "순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총선 유세 과정에서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한편 두 딸을 둔 배어복 대표를 두고 발 빠르고, 끈질기며, 정책 세부사항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배어복 대표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질문을 계속한다"며 "그녀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다"고 보도했다.

반면 배어복 대표가 공직 수행 경험이 없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독일인에게도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 상여금 수령 미신고, 이력서 내 허위기재, 책 표절 등의 혐의에 대한 검증에 직면했을 때 후보자의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세 과정에서 한때 배어복 대표가 연설을 마친 후 무대를 떠나면서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마이크에 들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배어복 대표는 실수에 대해 인정했고 표절 논란이 불거진 책의 판매를 중단시켰다.

한편 녹색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은 겪지 않은 성 차별적인 공격과 온라인 혐오에 대해 반격하기도 했다.

배어복 대표는 로버트 하벡 녹색당 공동대표와 함께 자신을 총리 후보에서 교체하라는 요구에 단호히 맞섰다.

하벡 대표는 이제 경제, 기후 보호, 에너지 분야를 포괄하는 "슈퍼 부처"의 수장을 맡게 됐다.

◇2005년도에 녹색당 입당…실용·중도 표방

하노버 인근 농장에서 자란 배어복 대표는 1980년대 부모가 데려간 반핵 시위에 참가하면서 정치에 눈을 뜨게 됐다.

10대 때는 트램펄린 대회에 참가해 독일 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배어복 대표는 스포츠를 통해 "용감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하노버에서 정치학과 공법을 공부한 뒤 런던경제대학에서 공공국제법 석사학위를 받았다.

언론계에 잠시 몸담았던 배어복 대표는 2005년도에 녹색당에 입당했고 2009년 당의 브란덴부르크 지역의 지부장이 됐다. 이후 2013년에 국회의원으로 하원에 입성했다.

배어복과 하벡은 2018년 이래 녹색당 공동대표로서 당의 히피적이고 평화운동에 뿌리를 둔 정체성을 바꿔 녹색당을 주류 세력으로 부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배어복과 하벡은 녹색당 내에서도 급진적인 "푼디(Fundi)" 진영보다 더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레알로(Realo)" 진영을 대표한다.


지난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의 득표율은 20.5%까지 치솟았다.

배어복은 역대 외교부 장관 중 두 번째 녹색당 출신의 장관이 될 예정이다.
첫 녹색당 출신 외교부 장관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때 재임한 요슈카 피셔 전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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