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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에 떠넘긴 '종부세 고지서'… 월세 치솟는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30 18:38

수정 2021.11.30 18:38

세금폭탄 전가 현실화
수도권 월세지수 통계이후 최고
1~11월 서울 거래량은 역대최대
전국으로 전세가뭄 번질 가능성
세입자에 떠넘긴 '종부세 고지서'… 월세 치솟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84.99㎡는 11월 13일 보증금 3억원, 월세 297만원(20층)에 계약했지만, 종합부동산세 부과 이후인 11월 25일에는 보증금 6억원에 월세 300만원(10층) 매물이 거래됐다. 현재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은 보증금 8억원에 월세 330만원까지 매물이 올라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이어 종부세의 충격파가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며 아파트 월세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금 부담을 월세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집주인이 늘며 서울 월세 거래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내년 8월 이후에는 전세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1월 30일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 월간시계열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월세지수는 108.6을 기록하며 지난달보다 0.75%p 상승했다.
수도권인 경기도 아파트 월세 가격도 0.84%p 오른 108.1, 인천은 0.76%p 상승한 109.1을 기록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월세지수가 통계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일제히 갈아치운 것이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중형(전용면적 95.86㎡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2019년 1월 100을 기준으로 같은 해 11월 서울 월세지수는 99.8이었지만, 지난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11월 102.7이었던 서울 월세지수는 올 11월 108.6으로 5.79%나 급등했다. 경기도와 인천의 월세 가격 상승폭은 서울보다 더 컸다. 11월 경기도 아파트 월세 가격 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8.11%, 인천은 6.07%에 달했다.

올해 정부의 종부세 규제가 강화된 것도 월세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 종부세가 급등하며 다주택자들이 월세로 세금을 전가하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곡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수능이 끝나면 전세 매물이 나오기 마련인데,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급등한 전셋값에 기존 세입자들은 이동을 꺼리고 있고, 종부세를 받아본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 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며 기존보다 가격을 크게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이날 기준 5만7433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고가 월세 계약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26일까지 서울에서 월세 임대료가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는 지난해 20건에서 올해 32건으로 크게 늘었다. 2000만원이 넘는 월세도 작년에는 1건 뿐이었지만 올해는 6건으로 늘었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 2년이 지나 갱신이 만료되는 내년 8월부터는 전세의 월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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