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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인플레, 사상최고...ECB, 금리인상 나서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1 03:23

수정 2021.12.01 03:23

[파이낸셜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0월 2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로이터뉴스1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0월 2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로이터뉴스1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럽중앙은행(ECB)에 금리인상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상최고 물가상승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11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유로존의 11월 물가가 1년 전보다 4.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0월 물가상승률 4.1%보다 높은 오름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4.5%보다도 높다.

유로존 출범 이후 25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 오름세다.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물가 상승 주범이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전년동월비 에너지 가격 상승폭은 10월 23.7%에서 11월 27.4%로 높아져 역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식료품, 서비스, 재화 가격 모두 ECB의 2% 물가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식료품·에너지·술·담배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10월 2%에서 11월 2.6%로 뛰었다.

라가르드, 고립무원
ECB는 심각한 통화정책 긴축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마중물인 채권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한데 이어, 이날에는 제롬 파월 의장이 상원에 출석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힌 터라 ECB의 느긋한 대응이 지금보다 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모두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서둘러 통화정책 긴축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파월이 이날 발을 뺐다. 파월은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일시적'이라는 말이 혼선을 주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 단어를 '퇴역'시킬 때가 됐다고 말해 은근슬쩍 이전의 느긋한 물가 전망에서 후퇴했다.

파월은 또 테이퍼링에도 속도를 내 내년 6월보다 수개월 일찍 채권매입을 끝내겠다고 답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의 여유있는 통화정책 운용은 사면초가로 몰릴 전망이다.

라가르드의 '일시적' 평가는 그저 희망일 뿐
GAM인베스트먼츠의 찰스 헵워스 투자책임자는 "라가르드 ECB 총재가 물가 압력이 통제불능은 아니라고 선언한 것은 희망섞인 생각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물가는 통제 불능"이라고 비판했다. 헵워스는 "물가 상승 압력이 조만간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치 발호로 이어져 2차대전 발발을 불렀다며 인플레이션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ECB내 대표적 매파인 독일의 반응은 더 강경하다.

독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30년만에 가장 높은 6%로 치달으면서 ECB에 통화정책 고삐를 죄라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 지명자는 이날 트윗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의회차원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ECB가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으로 유로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다.

ECB 내부에서도 지금의 물가 오름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닐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이날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내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신속하고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시인했다.


유럽 주식시장은 프랑크푸르트 닥스30지수가 1.2%, 파리증시의 CAC40 지수가 0.8% 하락하는 약세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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