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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금리 모순에 빠진 금융시장

[강남시선] 금리 모순에 빠진 금융시장
어느 날 장터에서 상인이 행인들에게 창을 들고 자랑했다. "이 창은 세상에서 제일 날카로워 못 뚫는 게 없다." 행인들은 귀가 솔깃했다. 이어 상인은 방패를 들고 자랑했다. "이 방패는 세상에서 제일 튼튼해 어떤 창도 못 뚫는다." 이때, 구경하던 행인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었다. 순간 상인은 말문이 막혔다. 이는 '모순'에 얽힌 일화다. 요즘 '모순'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금융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금리 모순'이다. 먼저 감지되는 금리 모순 상황은 대출 규제와 은행 폭리 이슈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을 대상으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과 대출 총량규제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워낙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각한 탓이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지난 9월 말 기준 1844조900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6월 말보다 36조7000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를 위해 은행을 압박했다. 은행들은 잇따라 수도꼭지 잠그듯 대출을 틀어막았다. 여기까지는 금융당국과 은행이 서로 손발을 착착 맞추는 듯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은행의 실수요자 외면과 이자 폭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대출규제 이후 은행의 순이익이 증가한 게 화근이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 3·4분기에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0.5% 늘어난 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가뜩이나 대출 가뭄에 빠진 실수요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비난의 화살은 은행에 집중됐다. 결국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라는 과녁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에 은행이 '이자 폭리와 실수요자 외면'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뿐 아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회의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빚어진 물가인상과 자산거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국회엔 법정최고금리를 낮추자는 법안이 줄을 잇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됐는데도 말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는 법정최고금리를 10~15% 낮추자는 내용의 법안이 10여건 발의된 상태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상호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한쪽에서는 금리를 높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금리를 낮추라 하는 형국이다. 자칫 고신용자들이 은행과 제2금융에서 외면받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금리인상이라는 '창'과 실수요자·저신용자 보호라는 '방패'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