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강남시선] 이젠 지친 개미 위해 정부가 나설 때

[강남시선] 이젠 지친 개미 위해 정부가 나설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변심(變心)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애정이 식은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아니 사실상 최근 2년간 이끌던 동학개미 얘기다.

동학개미들이 발을 빼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2조387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개미들은 12월 들어서도 2조5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3거래일 만에 지난달 전체 매도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87조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개인 비중도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지난 11월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 거래 비중은 57.87%,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해 3월 52.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2월에는 1일 하루 수치이기는 하지만 49.1%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탈에 대한 우려는 호들갑일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주요국들의 금리인상은 현실화되고 있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나빠졌을 수 있다. 또 월초라 이후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이전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더 좋지 않았어도 동학개미들은 꾸준히 버텼기 때문이다.

특히 동학개미들과 달리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이탈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거래가 더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달 미국 증시에서 211억달러의 매수세와 184억달러의 매도세를 기록하며 395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했다. 이는 전월 259억달러, 9월 237억달러 등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시장 규모와 상장 종목 등을 고려할 때 국내와 미국을 비교하는 것은 물론 무리가 있다. 그래도 증시 환경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쉽다. 특히 연말까지 대주주 회피 물량이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학개미들을 다시 증시로 이끌 만한 유인책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국내 증시의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외환시장 개방, 공매도 재개 등의 난관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적으로 추진을 선언한 만큼 확실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표를 의식한 것이겠지만 여야 대선주자들도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공약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졌을 때 이를 지탱한 것은 개미들이다. 이제는 정부가 힘을 잃을 개미들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동학개미들의 이탈이 현실화된다면 다시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부국장